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했더라도 가입자가 직접 서명하지 않은 생명보험 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한 뒤 살해당한 김모씨의 남편 정모(53)씨와 유족들이 미국계 보험사인 A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부인 동의 없이 맺은 보험 계약은 상법상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에 해당해 무효"라면서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이 아니라고 본 원심 판단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A사 직원으로 일하던 정씨는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1998년~1999년 김씨의 명의로 생명보험을 드는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 대신 서명케 했고 김씨는 5년간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했다.
이후 김씨는 2003년 5월 자산의 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정씨 가족은 A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A사가 "본인의 서명이 없는 계약은 무효"라며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남편이 보험을 체결한 뒤 5년간 보험료를 납입한 만큼 계약 체결이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한편 수사기관은 정씨와 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증거를 찾지 못해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