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산개발팀장 사망과 차세대시스템 연관 있나?

입력 2010-02-16 16:20수정 2010-02-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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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가능성 높아…직원 함구령 내려져

시중은행 전산개발팀장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4개월 전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는 유족들의 진술이 전해지면서 과중한 업무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6일 경찰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K은행 전산개발팀장인 노모(47세)씨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서울 한강 둔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족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때, 자살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노 씨가 은행의 차세대시스템과 관련해 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은 지난해 5월 정보계 부분을 가동한데 이어 16일 계정계 가동을 준비중이었다. 금융권 역대 최대 IT프로젝트로서 총 6000억원이 투입돼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자를 맡은 한국IBM의 역량 부족 논란이 이어졌으며, PM(프로젝트 매니저) 교체설이 나온 바 있다. K은행이 올해 각종 IT시스템의 가동이 겹쳐 있음을 감안할 때,2월 가동이 힘들 것이란 예상도 제기됐다.

각종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이 K은행 차세대시스템의 가동을 눈여겨 볼 정도였다. 이 때문에 노모 씨의 자살이 이 같은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16일 현재 K은행 차세대시스템은 특별한 문제없이 가동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B은행 관계자는“그 동안 K은행의 시스템 가동을 두고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일반적으로 이쪽 분야가 따로 연휴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다. (노 씨의 사건은)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이를 계기로 여러 가지 환경을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미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피할 것을 주문하는 등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외부의 우려와는 달리 시스템 구축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며, 설 연휴 기간에도 세부 오류 점검 등 세세한 업무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며“최근에는 내부적으로 개발이 완료된 시스템을 임원진들에게 차례로 보고하는 단계였다”고 말했다.

이어“정황상으로는 업무 때문에 자살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숨진 노모 씨가 시스템 가동 이후 유력한 승진 대상자로 꼽혔다는 말도 전해진다.

한편 국가정보원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은행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담당자가 직접 본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그 동안 대형 시중은행의 IT시스템 운영을 면밀히 점검해 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위폐 및 금융전산 업무로 내사를 해왔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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