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한 발 앞선 10월 박막형 파일럿라인 구축 계획
LG전자가 그룹내 태양전지 사업을 전담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 비해 박막형 태양전지 양산시점에 한 걸음 먼저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10월 구미공장에 박막형 태양전지 파일럿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파일럿라인은 안정적인 수율 확보 등을 위한 시험생산 라인으로 양산라인 투자의 전단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10월경에 박막형 태양전지 파일럿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구축할) 파일럿라인 규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투자금액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LG디스플레이에 비해 한 발 앞선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안에 500억원을 투자해 파주공장에 박막형 태양전지 파일럿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년 초로 알려져 있는 LG그룹의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 통합 과정에서 LG전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박막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조직과 사업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중 한 회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는 두 회사로 나눠진 박막형 태양전지 연구개발의 경쟁력을 보다 빨리 끌어 올리고, 그룹내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중복사업을) 통합하겠다는 입장은 정해졌지만, 시기와 통합 주체 등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룹내 태양전지 사업이 한 곳으로 통합되고 나면 그 기업이 결정형과 박막형 모두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에 1m×1.6m 크기의 결정형 태양전지 모듈을 연간 약 52만장 생산하는 120MW급 태양전지 생산라인을 완공했다. LG전자는 2011년까지 120MW급 생산라인 1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LG전자 솔라사업팀장 조관식 상무는 "신성장 동력으로서 태양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해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태양전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로도 태양전지 사업을 자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박막형 태양전지의 경우 TFT-LCD 공정과 유사한 점이 많아 양산에 돌입하게 되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산시기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이미 갖췄다는 의미이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장비업체인 다이나믹솔라 디자인의 지분을 40% 인수해 자사에 최적화된 장비공급 개발을 진행하는 등 태양전지 양산시 수율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태양전지의 전환효율과 수율을 높이기 위한 장비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데 장비 내재화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G전자는 11.1%의 박막형 태양전지 효율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고, 전환효율이 10%대라고 밝힌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에 12%대 전환효율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두 기업의 전환효율은 모두 연구소에서 이뤄진 것이고, 업계에서는 양산제품이 14%정도의 전환효율이 나와야 상품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공식적으로는 그룹 차원의 태양전지 사업통합이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막형 태양전지가 아직 기술개발단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한 목소리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연내에 수백억원을 들여 파일럿라인을 구축할 계획이고, LG전자의 경우 당초 알려진 것보다 라인 가동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이어서 내부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점은 양산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는 것"이라며 파일럿라인 가동 시기를 앞당긴 배경을 설명했다.
파일럿라인의 가동 후 누가 안정적인 수율을 먼저 확보할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또 현재 결정형 방식의 태양전지가 시장에서 대세를 차지하고 있어 박막형 태양전지가 이를 넘어설 만큼의 상품성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만 LG가 그룹차원에서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을 보고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태양전지 사업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그룹내 태양전지 사업을 전담하게 되면 LG전자가 이미 진출한 결정형 태양전지 사업도 함께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기업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또 LG전자로부터 이관 받아 통합한 OLED사업부에 이어 태양전지 사업도 LG디스플레이에서 전담하게 되면 그룹내 전자분야의 새로운 미래 동력을 LG디스플레이에서 찾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전자가 파일럿라인 가동을 서두르면서 태양전지 사업마저 LG디스플레이로 넘기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 솔라사업팀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로 가기 싫다"며 직설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양쪽에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언젠가는 합쳐질 것인데, 지금이 좋으냐 아니냐의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양산 이전 시점에는 합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산 직전의 단계인 파일럿라인 구축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박막형 태양전지 기술경쟁은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