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코픽스 '딜레마'

입력 2010-02-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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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DFIX.코픽스) 상품 출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새로운 코픽스 기준금리 격차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와 전산시스템 마련 구축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코픽스 금리가 CD연동보다 대출 이자가 높을 수도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내달 말에서 3월초까지 새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 상품을 줄줄이 출시한다.

코픽스는 은행연합회가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ㆍ외환ㆍSC제일ㆍ한국씨티은행, 농협 등 9개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를 취합한 뒤 은행별 조달잔액을 반영한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연합회는 매달 코픽스를 산출해 2월에는 16일, 이후부터는 매월 15일 공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시장 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정도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권 내부에서는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한 은행들과 여유 있는 은행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해 오히려 코픽스가 기존의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A 은행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지만 현재로서는 코픽스 대출금리가 CD변동 대출보다 이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며 “이 상품이 첫 출시되고 전반적으로 이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만큼 최대한 이자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코픽스는 그동안 CD연동 금리산출이 왜곡돼 이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금리를 낮추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자금조달이 넉넉한 B은행은 당초 기대보다 이자율을 더 낮출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CD변동 보다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다음 달 공시를 보고 결정되겠지만 최대 0.2~0.3%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CD연동 대출보다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당장은 금리가 소폭 내려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CD연동보다 올라갈 수 있어 고객들은 가급적 3~4개월 이상 코픽스 금리 흐름을 보고 갈아탈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픽스 산출은 자금조달로 이율의 평균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율은 각 은행별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당장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한 은행들은 좀 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픽스 전산시스템 구축 마련 해결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2월에 연휴가 시작되면서 은행들 내부에서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2월 말에 코픽스 상품을 내놓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새해가 되면 내부 전산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거나 시스템 보완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코픽스 상품 시스템까지새로 도입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며 “새로운 상품이 신속하게 나오려면 전산 업무와의 협조가 중요한데 서로 업무가 겹치다보니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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