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경직성 강화 버팀목 만족...올해 3.8조~12.8조원 매수 기대
11개월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연기금이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 등 수급 악화에 따른 국내 증시의 하락에 하방경직성 강화의 배경이 될 순 있으나, 상승세로 이끌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왔다.
또한 올해 연기금의 매수여력은 최소 3조8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미국과 중국發 악재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위축되면서 외인 순매도가 잦아져 지난 29일 2.4% 이상 급락하는 등 최근 6거래일 중 닷새 동안 하락해 1722선까지 올랐던 지수가 1600선으로 주저 앉았다.
이에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와 투신의 환매 지속으로 악화된 국내 증시 수급에서 이번달 11개월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연기금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았던 6거래일 동안 단 하루만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지수 조정시마다 적게는 10여억원에서 많게는 380여억원까지 외국인과 타 기관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또한 1월달의 총 20거래일 중 순매도를 기록한 날은 7거래일에 그치는 등 올해 들어서만 3865억원 순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투신권이 주식형펀드의 환매로 1조2800여억원 순매도 우위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기금의 매수 여력은 코스피지수 1650선을 기준으로 최대 12조8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전략을 유지할 경우 3조8000억원의 추가 매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의 자금 성격상 2010년 목표비중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투자허용 범위 안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2010년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지난해 목표치 대비 +1.4%p 상향한 바 있으나, 절대적인 비중 확대폭을 놓고 봤을 때 파격적인 수치는 아니다"라며 "다만 지난해 연기금이 8.3조원 가량 순매도했고, 2009년 목표치 대비 15.2%에서 3%p를 채우지 못해 국내 주식비중 확대는 4.4%p 가량 늘어나는 상황으로 국민연금의 2010년 순매수 가능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하지만 연기금의 자금 성격상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투자허용 범위 안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연기금의 매수여력은 지난해 시장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의 매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은 분명해 보여, 연기금의 순매수 전환이 시장 상승을 이끌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최소 3.8조원에서 최대 12.8조원의 신규 매수 여력은 절대적으로 적지않은 규모이며, 코스피 하락시 매수 규모가 확대되는 점에서 최근과 같이 수급 악화가 우려되는 시점에서는 지수의 하방경직성 강화에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은행 규제안은 금융시스템 안정과 건전선 확보의 취지이나, 이에 따른 헷지펀드 등 투기적 성향의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외국인의 영향력이 큰 국내증시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주식형 펀드 환매에 따른 투신의 매수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연기금의 행보는 국내 증시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