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 주식시장 약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형은행의 위험 투자를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후폭풍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주요국의 정책 재료가 등장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155.00원까지 치솟는 등 급등세를 연출했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30일부터 올해 11일까지 7거래일 연속 51.40원이나 급락했으나 이후 이틀을 제외하고 오름세를 유지하며 하락 폭을 반납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2% 이상 하락하며 1680선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초 환율 급락(원화강세)이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기대, 역외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인 데 따른 것이라면 최근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대외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긴축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다 그리스 재정 악화 등 유로지역에 대한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달러화, 엔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밤 미 정부의 대형 은행 규제책 발표는 환율 추가 반등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면서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을 통해 주식과 채권, 통화·원자재 상품, 파생상품 등에 직접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위험거래에 대해 상당한 제약을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험거래로 간주되는 호주달러와 뉴질랜드 달러 등 원자재 통화와 원화 등 이머징 통화의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는 장중 89엔대로 떨어져 달러화에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화는 유로화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엔화를 팔고 원화를 사들였던 역외 참가자들이 반대 거래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시장에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고 있어 당분간 대외 재료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국 등 정책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 이슈 등에 따라서 시장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민감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식시장도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유동성 규제, 유럽 재정불안, 달러 강세가 주식시장에 부정적 환경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