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부터 유행하는 WELL-BEING 문화는 우리 생활 요소요소에 스며들어 있다. 먹는 식품에서 인테리어, 각종 생활 습관까지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단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WELL-BEING 의 의미도 점점 진화한다. 처음 WELL-BEING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의미했다. 먹거리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늘어가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늘며, 사람들은 아프지 않고 건강해지자라는 의미로 운동과 바른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말하는 WELL-BEING은, 단순히 ‘아프지 않은 상태’를 넘어 정서적인 풍요로움까지도 포함한다. 한마디로 진정한 WELL-BEING 이란, ‘몸과 마음이 모두 평화롭고 정서적으로 행복한 경험을 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휴가지에서도 이와 같은 추세는 계속된다. 물론 여행의 목적이 ‘문화답사’나 ‘관광’일 경우는 예외지만,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에서는 더 이상 우르르 줄 맞춰서 가이드 인솔을 따라 바쁘게 관광지를 도는 패턴이 줄어들고 있다.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타고 온 해외인데 하나라도 더 보고,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어야 한다는 인식은 줄고 있으며, 되도록 여유를 갖고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관광상품이 점점 각광 받는다.
예를 들어 회사원 A씨는 4박5일의 휴가를 신청하고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동남아 휴양지로 연말 여행을 떠난다.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날씨의 휴양지에서 가족과 오붓하게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회사원인 관계로 휴가가 길지 않아, 비교적 가까운 필리핀 세부로 여행지를 선정했다.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4시간만에 도착한 세부 날씨는 서울과는 반대로 무더웠다. 당장이라도 시원한 해변에 앉아, 팥빙수라도 한사발 들이키고 싶은 심정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아이들이 좋아하는 워터파크로 직행,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아내와 흐뭇한 미소를 나눈다. 물속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던 A씨는 곧 피곤을 느낀다.
마음은 하루 종일이라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되주고 싶지만, 그동안 직장 상사 눈치에, 야근과 회식에 지친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A씨는 아내가 쉬고 있는 카바나로 발길을 옮긴다.
아내는 카바나 실링팬 아래 편안한 카우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벽걸이 TV로 영화를 틀어 놓고 보고 있는 중이다. 카바나에 앉아서 아이들 노는 모습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불안해 하지 않고 부부도 안심이다.
이 안에 앉아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A씨는 생각한다. 내일 예정인 사원 관광과 동물원 관광 대신 그냥 호텔 안 카바나에서 보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