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KB금융 지주 사외이사들의 비리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KB금융의 A사외이사는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차세대전산시스템 기종 선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 전산기종을 선정할 때 컨설팅업체가 추천한 유닉스 기종 대신 IBM 기종이 최종 선정된 것과 관련, A사외이사가 IBM 기기 선정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B사외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가 국민은행과 정보기술(IT) 시스템 유지ㆍ보수 계약을 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초 금융지주회사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특별점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지만, 법규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워 '경영유의' 사항 정도로 조치했다.
금감원의 특별점검 이후 신한은행과 대출거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한지주의 사외이사들은 퇴임했지만, 문제가 됐던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이미 조치한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이권 개입 혐의 등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보복성 감사 아니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금감원은 KB금융의 한 사외이사가 회장 후보에게 지지 대가로 국민은행장 자리를 요구하고, 일부 사외이사들이 자회사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시중 루머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국과 마찰을 빚은 강정원 회장 내정자를 물러나게 하려고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당국에서 사외이사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회장 선임절차를 제도 개선 이후로 미뤄주기를 바랐는데 KB금융 측이 강행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사외이사가 회장으로 밀어줄 테니 국민은행장을 시켜달라고 했다는 것은 이사회 내에서 전혀 확인된 바 없으며 사실무근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의장은 "만약 그런 사외이사가 있다면 실명을 밝혀야 한다"며 "명예를 존중하는 사외이사 전체가 장난을 치는 조직으로 보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자회사 사장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은행장은 행추위에서 선임하지만 KB금융 내 전략적 위치에 있는 증권, 생명 등은 KB금융 출범 초기 사외이사들과 전혀 논의도 없이 사장이 결정돼 사전에 상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의장은 A사외이사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기종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거나 B사외이사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가 국민은행과 IT 시스템 유지ㆍ보수 계약을 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했다는 혐의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무리한 조사라는 역풍을 피하려고 KB금융 사외이사들의 확인되지 않은 혐의 내용을 사전검사 단계에서 외부로 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