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산타 랠리에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 기조가 흔들리며 주식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화약세는 국내 IT관련주와 자동차주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달러 강세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며 유동성을 흡수해 나갈 경우엔 증시 전체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증시(위험자산)는 약세를 보이고 있고, 금리(안전자산)는 내림세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18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한달반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일 달러 강세 영향으로 미국 및 유럽 증시는 약세를 보여 투자 심리는 더욱 불안한 상태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환율 상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이 이어졌고,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끝난 점도 승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은행을 비롯해 14개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내년 2월1일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또한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강세를 전망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전세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달러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번 달 평균치는 51.99로 조사됐다. 50을 넘어설 경우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를 전망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지난 3월 53.41 이후 처음이다.
이렇듯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은 더 혼란스럽다.
삼성선물은 “원ㆍ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초강세와 주가 하락으로 급등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선물은 “연말 거래량 감소 속에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지며 환율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지만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급등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증권사의 입장은 조금 더 두고 봐야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경기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IT와 자동차 등 대표적인 수출주들의 경우엔 원화약세는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달러 강세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느냐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다만, 유동성이 변수다. 미국 달러화의 반등 및 상품 가격의 반락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본격 청산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로 인해 지수 상승에 걸림돌이 될지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아시아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수가 지속되고 있다”며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달러 강세 문제가 불거진 전일은 오히려 외국인의 매수 행진이 이어졌고, 금일 외국인이 소폭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소비 등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발표되고 있지만 이것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기엔 다소 이르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김중현 연구원도 “현재로선 달러 강세의 파급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며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렇듯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는 “단기간에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며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최근 상품 가격들의 움직임을 감안해 보면 급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내년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는 만큼 증시에서 성급하게 발을 빼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종목들 중심으로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