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장기 불황에 치킨게임 이어지나?

입력 2009-12-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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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 한계 불구 공급은 '과잉'...정준양 회장 "결국 강자만 살아 남을 것"

반도체업계에서 시작된 치킨게임이 철강업계에서 재현되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내년에도 철강 수요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급은 오히려 늘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동부제철 전기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 콘퍼런스에서 "올 들어 세계 철강산업이 회복중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철강업계 불황의 충격은 크고 장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결국 강자만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치킨게임이란 기업간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정준양 회장은 "동북아시아의 철강 공급과잉 규모만 1.5~2.5억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개발도상국들이 수입제한 조치를 늘리고, 수입 제한이 단행되면 각국 철강사들이 내수는 잠근 채 수출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이로써 글로벌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이 늘어나고, 강자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 수요가 늘지 않을 조짐은 포스코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달 포스코는 올해 시작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완료 시점을 9개월에서 1년 정도 늦추기로 결정했다.

2011년 말 준공을 목표로 1조9276억원을 들여 올 초 착공한 광양제철소의 5소결 및 5코크스 생산설비 완공시점을 2012년 9월로 늦췄다.

또 2011년 3월 완공할 예정이었던 2988억원 규모의 광양제철소 도금 강판 공장을 2012년 3월로 연기했다. 2689억원 규모의 열연용융 아연도금 강판 생산능력 확대 투자 완료 시점 역시 1년 늦춰 2011년 3월 완공할 예정이다.

포스코측은 총 투자금액의 변화가 없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완료 시점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철강 수요는 늘지 않는 상황에 대한 포스코의 고민이 투자시점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더군다나 동부제철과 현대제철이 각각 전기로와 고로를 완공한 시점에서 과잉 공급과 가격 하락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B투자증권 조인제 선임연구원 "우리나라에서 부족했던 열연코일의 경우 연간 650만톤을 수입해 왔지만, 전기로를 완공한 동부제철이 250만톤, 고로를 완공하는 현대제철이(제2고로까지 포함한다면) 800만톤 정도를 생산해 내며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이유가 포스코 설비투자 완료 시점을 늦춘 한 요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KTB증권 하종혁 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철강 가격은 2009년 상반기에 하락세를 멈추면서 회복세를 보여 줬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설비증설 수준과 가동률 회복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철강가격 상승은 2011년 초부터 시작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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