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와이어스 계약 파기에 '신약 꿈' 날아가나?

입력 2009-12-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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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중재 장소 놓고 의견 엇갈려…감염성 치료 신약 개발 '먹구름'

한국정부가 스코틀랜드 개발청과 손잡고 2005년 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인간 항체를 이용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다국적 제약업체의 협력 거부로 사실상 무산되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신규 항체 개발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국내 감염성 질환 환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05년 8월 스코틀랜드 항체전문 벤처기업인 헵토젠사와 함께 인간항체를 이용한 감염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했으나 헵토젠사를 인수한 다국적 제약기업 와이어스의 일방적인 협력 거부로 신약 개발 공동 프로젝트는 현재 중단된 상황이다.

와이어스사는 최근 미국 화이자 그룹과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공동연구는 한국 정부와 스코틀랜드 개발청이 당시 국제협력과제의 하나로 양국의 신약개발 능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9년간의 협력을 통해 9조원대의 관련 세계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감염증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했다.

정부와 대웅제약은 스코틀랜드와의 해외 공동연구를 위해 3년씩 3단계, 모두 9년간 각각 90억원씩 총 18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중 1단계 3년(2005년~2007년)동안 이미 6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한 상태다. 여기에 우리정부 지원비였던 30억원의 연구비는 2007년 와이어스에 인수합병된 헵토젠사에 의해 사용됐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헵토젠사는 2007년 9월 사전예고도 없이 와이어스사와의 합병을 알려왔다. 이에 회사측은 인수합병 이후에도 상호 계약에 따른 공동연구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통보했다.

그러나 헵토젠사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고 헵토젠을 인수한 와이어스사는 대웅제약과 헵토젠사의 공동연구에 관한 계약관계를 전면 무시하고 연구중단을 통보했다.

이후 대웅제약은 가급적 국제분쟁화를 막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와이어스사는 이에 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웅제약 단독으로 연구를 지속해 성공할 경우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라고 주장하는 등 거대 다국적 제약사로서 도를 넘는 횡포를 부렸다는 게 대웅측 주장이다.

또 와이어스가 헵토젠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서도 중재장소로 미국 뉴욕을 택하려고 시도한 것 또한 중재국이 제 3국이어야 하는 계약내용을 벗어난 비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대웅측은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중재장소로 일본을 제시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그간 한국 정부로부터 받아 헵토젠사에 3년간 지급한 30억원의 연구비와 함께 회사가 투자한 3년간 30억원의 연구비 손실 등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태”라며“와이어스사가 한국과 스코틀랜드 양국의 국제협력 정신을 계속 무시하고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노력을 외면하는 행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와이어스측은 아직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재에 들어가면 중재기간은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며 이에 대한 중재는 해당사가 국제법에 따라 수용해야 하며 중재 결과는 손해배상으로 해결된다.

한편 이번 공동연구가 중단됨에 따라 인간항체를 이용한 감염성 질환 치료제 개발도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항체 치료제는 일반적인 화학적 합성의약품과는 달리 병원균이나 암세포 등 특정부위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선택성이 높고 인체 단백질을 활용함으로써 부작용이 적고 항생제의 내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 항체를 이용한 감염성 질환 치료제는 화상과 당뇨병 등 저항력이 떨어진 환자가 감염되면 사망하는 빈도가 크게 높은 녹농균과 대표적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으로 인한 질환을 줄이는데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이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도 상당한 실망감을 주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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