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투세액공제 연장 등 건의
전국 상공인 대표들이 27일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확장적 통화정책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신중히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정 총리를 초청해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선전하고 있지만 선진국 경기가 불투명하고 환율 및 유가 등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이어 "경제가 완전히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믿음이 들 때까지는 출구전략의 시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면서 "재정과 금융, 세제 부문에서 현 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하고 소득세율 인하는 예정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진용 삼영홀딩스 대표이사도 "성급한 출구전략은 그나마 회복되고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흔들리고 있는 감세정책 기조와 금리 인상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교환을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손 회장과 박용만 ㈜두산 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 등 전국의 기업인 120여 명이 참석해 `총리와의 만남'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상공인들은 출구전략 문제 외에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유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온실가스 자율 감축', `지방 미분양주택 세제해택 유지, `외국병원 유치 제도 개선'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건의했다.
이용인 화성상의 회장은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20년 동안 시행돼 온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되는 일"이라며 당분간 이 제도를 유지해 줄 것을 건의했다.
산업계의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건의도 나왔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발표된 목표안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외에 천명하고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은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감축 목표는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감축목표 할당도 일본처럼 강제성을 띠지 않는 자발적인 방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공인들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산업 경쟁력을 낮추는 만큼 폐지 또는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각 지역에서 기업인들이 처한 현안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건의도 쏟아졌다.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쌓여 어려움이 많다"며 "취·등록세 50% 감면과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제도를 1년 더 연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식 인천상의 회장은 송도에 외국병원을 설립할 여건을 서둘러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고, 현승탁 제주상의 회장은 법인세 등 국세와 환경산업에 대한 권한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양해 현지형 녹색산업 육성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총리는 오찬간담회를 마치고 손경식 상의 회장과 송인섭 대전상의 회장, 이태호 청주상의 회장, 김용웅 충남북부상의 회장 등 충청지역 상공인 대표들을 별도로 만나 `세종시 건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