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불공정한 약관 사용…9개 유형ㆍ55개 조항 시정조치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청약철회 불가 등 고객에게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해오던 NHN(한게임) 등 온라인게임 사업자들이 공정거래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NHN 등 온라인게임 상위 10개 사업자들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게임계정을 영구압류하며, 약관변경시 7일이라는 짧은 사전고지기간을 두는 등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토록 조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정대상업체는 NHNㆍ엔씨소프트ㆍ넥슨ㆍCJ인터넷ㆍ네오위즈게임즈ㆍYD온라인ㆍ한빛소프트ㆍ액토즈소프트ㆍ엠게임ㆍ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상위 10개 온라인게임업체들이다.
공정위는 이들 온라인게임업체를 직권조사해 9개 유형, 55개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자진시정토록 지시했다.
이번 심사대상이 포함되지 않은 10위 이하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에 협조요청해 자진시정을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 온라인게임 사업자들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고객에게 부여돼 있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상법(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상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온라인게임업체로부터 구입한 재화인 아이템·아바타에 대해 7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함에도 부당하게 고객의 권익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공정위는 이용자가 구매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를 법령에서 청약철회 제한사유로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토록 수정했다.
전상법은 '소비자의 사용 또는 소비에 의해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거나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등에는 청약철회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시스템상 청약철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스템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상당 기간·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1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와 함께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게임계정 영구압류 조항의 경우 경미한 위반사안이거나 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이용자의 게임계정을 즉시 영구압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처럼 사업자의 영구계정압류 조치는 실질적으로 계약 해지에 해당되므로 위반사안이 사업자 또는 다수 선량한 고객에게 미치는 피해가 커서 계약을 존속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특히 게임 시스템 내에 발생하는 버그는 프로그램을 제작·관리하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인지하지 못해 발생된 것이므로, 고객의 고의·과실여부 및 사업자의 피해크기 등에 따라 달리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위반사안의 중요성과 예상 피해규모 및 귀책사유 등을 감안해 게임계정의 영구압류 기준을 수정토록 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버그를 악용하거나 운영자를 사칭한 경우 처음부터 영구블럭을 시켰지만, 약관수정을 통해 클라이언트를 조작하는 등 고의성이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1차로 15일 정지를 내린 후 2차부터 영구블록을 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짧은 사전고지기간만으로 약관변경을 허용하는 조항의 경우 기존에는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하더라도 7일 전에만 고지하면 효력이 인정됐다.
이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조항으로 약관법에 저촉되므로 공정위는 향후 약관개정시에는 일반적인 내용은 최소 7일, 고객에게 불리하게 바뀌거나 중요한 내용인 경우에는 최소 30일 전에 고지 또는 전자메일로 통보하도록 수정했다.
또한 현재 온라인게임 사업자들은 고객의 게시물을 별도의 동의절차 없이 무상으로 영구 사용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저작권법 및 약관법에 반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고객의 게시물을 해당 서비스 내가 아닌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별도의 고객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서비스 내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도 고객이 이용제한을 요구하면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또 현재 온라인게임 사업자들은 무료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고객의 피해 및 계정도용 신고조사 등으로 인한 이용자의 피해에 대해 사업자는 책임지지 않으며, 게임계정 관리상 발생한 문제는 이용자에게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유·무료서비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게임계정 관리소홀, 서버해킹 및 계정도용조사 등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고객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민법상 과실책임 원칙에 따라 사업자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비스중단에 따른 배상조항의 경우 서비스의 누적 중단시간에 상관없이 4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한 경우에만 보상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약관대로라면 1일 4시간 미만씩 수차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사업자는 고객에게 보상할 책임이 없게 된다.
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1일 누적 4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3배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유료서비스를 1일 누적 4시간 이상 제공하지 못할 경우 3배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해당 약관을 수정했다.
아울러 온라인게임 사업자들은 1개월 이상 단위로 거래되는 아이템이나 서비스의 중도해지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방문판매법상 1개월 이상 계속해 재화 등을 공급하는 계약인 계속거래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언제든지 계약기간 중 중도해지할 수 있는 조항과 대치된다.
따라서 공정위는 방문판매법상 계속거래에 해당되는 서비스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객이 원할 경우 중도에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고객의 별도 동의절차 없이 사업자가 고객 PC에 광고성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의 경우 공정위는 고객 동의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라는 판단 하에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별도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 밖에 고객과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업자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을 전속 관할법원으로 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경우 민사소송법에서 일반적인 분쟁발생시 관할법원을 피고의 주소지법원으로 규정하고, 전상법에서 통신판매와 관련된 분쟁에 대해 관할법원을 소비자 주소지 법원으로 규정한 점과 상반된다.
이에 공정위는 분쟁이 발생한 경우 관할법원을 민사소송법 및 전상법 등 관계 법령에서 규정한 대로 지정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같은 약관들은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는 경감시키는 반면 고객의 정당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므로 약관법상 무효"라며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고객은 단순히 정해진 운영방법에 따라 이용하는 관계이므로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