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 '세종시 이전', "검토한 바 없다"(종합)

입력 2009-11-17 20:54수정 2009-11-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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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빈손으로 돌아가나

정운찬 국무총리의 재계 총수와의 첫 만남이 현안을 점검하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서울 롯데호텔에 모인 재계 총수들이 세종시로 본사 등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날 세종시 이전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언론에 10개 회사가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전경련이) 회원사들에 알아보니 구체화된 내용은 없었다"며 "이는 정부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계는 국가 경쟁력 증강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계도 그런 관점에서 세종시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문제는 각 기업에 매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제안과 인센티브를 내놓으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계 총수들은 회의 직전과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이전 문제를 묻는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세종시에 연구센터 등을 이전하는 문제를 아직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은 "연말이 지나고 있는 만큼 신년이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는 최근 가열된 관심에 대해 호흡조절을 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세종시 이전 문제를 포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또 정부의 강한 요청을 전제로 계열사 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정부의 세종시 이전 방침과 관련, "아직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온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세종시 이전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으며, 포스코 정준영 회장도 "검토한 바 없다"면서 서둘러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대림산업 이준용 회장 역시 세종시 이전 계획 논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들어 본 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대기업이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법인세 혜택 등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미 각 지자체에서도 이에 상응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곳도 있어, 특단의 조치가 제시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만찬 간담회에 초청된 정운찬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세종시는 명품도시로 만들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며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민관합동위를 중심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를 위해 ▲자족용지 대폭 확충 ▲민간 투자자 토지 저가 공급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 ▲상당 수준 재정적 인센티브 검토 등을 추진하겠다며 재계에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허창수 GS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강덕수 STX 회장, 김 윤 삼양사 회장, 류 진 풍산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상 13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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