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식매입자금 관련 대출상품 '손 본다'

입력 2009-11-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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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저축은행 연계신용상품 대상..자율규제 기준안 마련

투자자들이 가진 주식이나 현금의 최대 5배를 빌려주고 온라인대출 신청 후 증권계좌로 바로 입금되는 목돈으로 투자가 가능한 주식매입자금 대출 상품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부쳤다.

이는 스탁론, 주식매입자금 대출 등으로 불리며 증권사와 저축은행이 공동 운영해왔던 연계신용상품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

16일 금융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금융투자협회에 현재 주식매입자금 관련 대출 상품의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특히 증권사들이 저축은행과 제휴해 판매하는 연계신용상품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그동안 자기 돈으로만 투자할 때 보다 몇 배 높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주식매입자금 대출의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발을 들여놨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계신용상품은 통상 저축은행이 대출해주고 증권사가 계좌에 대한 정보와 반대매매 권한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대출금리는 증권사의 상품보다 높지만 대출한도가 담보액의 5배까지 가능해 투자자들의 인기가 높았다.

올 9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총액은 6846억원. 전체 증권사 신용융자액(4조9000원)의 14.0% 수준이다. 그러나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 지난해 경제위기 때는 주가폭락으로 손실률이 100%를 넘는 '깡통계좌'가 속출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 분위기를 틈다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자 상승장에서 월 1%도 안되는 적은 이자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스탁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투자금을 몽땅 날린 투자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

이 같은 피해가 속출했던 건 바로 '반대매매'. 보통 주식 연계신용대출의 경우 대출금리가 연 10~14% 정도로 한달 이자로 환산할때 1% 내외로 부담이 적지만 로스컷(loss cut)으로 인한 반대매매는 자칫 '깡통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례로 2000만원을 가지고 400%의 대출을 받아 1억원으로 주식을 운용할 경우 약 10%의 손실만 나도 자기돈 1000만원이 날아가게 된다"며 "여기에 투자한 종목이 주가 하락으로 대출금의 담보 유지 비율까지 손실이 나게 되면 증권사나 저축은행에서는 보유 주식을 자동으로 반대매매, 대출금 회수에 나선다"고 말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나 저축은행에 대출금 손실 리스크를 없애주지만 개미들에게는 원치 않는 종목을 팔아야 하는, 그래서 손실 폭을 더욱 키우는 부담을 지운다.

이 관계자는 "주가가 각종 이슈와 재료들로 등락을 거듭하지만 오를 수 있는 종목이라도 일단 마이너스가 나게 되면 반등을 기다릴 틈도 없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연계신용상품을 이용한 투자자들은 손 쓸 틈도 없이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금투협은 지난 9일 7개 주요 증권사의 실무담당자 등을 포함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고 동 TF에서 정한 자율 규제안에 따라 내부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저축은행 주식담보 대출 한도를 이전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담보액 대비 최대 5배까지 이뤄지는 대출을 2.3~3배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것.

아울러 담보유지비율 역시 현 107%에서 125~120%까지 올라간다. 시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비유하자면 담보인정비율(LTV)과 여신회수 기준을 동시에 강화한 셈이다.

따라서 동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연계신용상품은 앞으로 증권사와 제휴가 불가능해 주식담보대출이 힘들 전망이다.

연계신용상품에 대해서는 증권업계 자체 기준보다 금감원 지적에 따라 강화된 잣대를 도입하는 방침인 만큼 자율규제안이 시행될 경우 사실상 저축은행을 통한 연계신용상품 대출은 판매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TF는 ▲연계신용업무 총 제휴한도와 금융기관별 한도설정 ▲투자제한 종목군 확대 ▲종목별 대출한도 차등화 ▲신용거래보증금율과 담보유지비율 강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오는 12월 또는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현재 업계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며 "이달 안으로 초안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해 금감원의 검토를 거쳐 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펀드투자와 마찬가지로 주식 관련 연계신용상품 역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위험 고지'를 위한 신용거래 설명서, 핵심설명서 확보 등의 조치도 담보비율이 낮아진 계좌에 대한 반대매매의 시기와 가격 및 절차 등 상품 판매 이후 사후관리 방안도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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