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법 회장 친청체제 구축과 3세 행보 관심...대한통운·금호석화 사장 교체 가능성
본격적인 인사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연말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올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과 이에 따른 대우건설 재매각 결정,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간 갈등으로 인한 경영일선 후퇴, 전문경영인 출신 박찬법 회장 취임, 대한통운 사장의 횡령 등 악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형재의 난을 겪으면서 새로 취임한 박찬법 회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암시한 바 있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같은 복잡한 이유들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사장단 정기인사를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늦은 12월에나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통운 '교체'·금호석화 교체여부 놓고 저울질
이에 따라 후임 인선에서는 이 부사장이 가장 유력한 사장 후보로 점쳐지고 있지만, 물류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길영 전무와 경영본부장 서재환 전무도 유력한 내부 승진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하창 부사장은 정통 금호출신은 아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한통운 국제물류 부분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노조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 알려졌다.
정길영 전무는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한국복합물류를 거쳐 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긴 전통 금호출신으로 이하창 부사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대한통운을 이끌고 있다.
서재환 전무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정길영 전무와 마찬가지로 한국복합물류를 거쳐 대한통운에 합류했으며, 올 8월 '복합물류터미널의 서비스 품질개선에 관한 실증연구'로 물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다만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것이 1년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이 부사장이나 정길영 전무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낮다.
또 정길영 전무나 서재환 전무 모두 정통 금호출신이라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통운이 겪고 있는 급격한 변화 속에 그룹에서 금호출신을 앉힐 경우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그룹 출신과 통운 출신이 공동경영 형식을 띄고 있지만 통운 내에서는 정 전무나 서 전무 모두 그룹에서 심어놓은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며 "이런 점에서 새로운 사장에 대한 노조의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는 점 뿐 아니라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간 형재의 난을 촉발한 곳이라는 점에서 교체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형재의 난을 일으켰던 박찬구 전 회장이 도맡아 운영했던 만큼 실질적으로 그룹을 장악한 박삼구 명예회장이나 박찬법 회장쪽 측근을 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기옥 현사장이 부임한 이후 경영실적이 좋고 그룹내에서도 전통 재무통으로 오랫동안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쉽게 교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사장 교체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금호석화의 경우 기옥 사장의 경우는 교체 여부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박찬법 회장 친정체제 구축와 3세 행보도 관심
주요 계열사 사장단 교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박찬법 회장의 친청체제 구축과 3세들의 행보다. 박찬법 회장은 지난 8월 취임 이후 그룹 내외환을 추스리고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에 매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인사가 박 회장이 취임한 이후 하는 첫 인사인 셈이다. 전문경영인이기는 하지만 박삼구 명예회장 등 창업 2세들의 인사 스타일에 자신의 색깔을 얼마나 입힐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3세들 중에서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그룹경영전략본부 상무와 박 명예회장의 형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환 아시아나항공 부장의 승진이 관심이다.
특히 박삼구 명예회장이 형제의 난에서 승리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 승계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세창 상무가 그룹 본사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주력 계열사로 자리를 옮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박찬법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룹을 움직이는 건 박 명예회장"이라며 "이런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 박세창 전무의 승진 및 보직 이동 여부는 그룹 경영권 승계의 향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