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사업만 요구하며 금융당국 탓만
자본시장법(이하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투자업간 겸영이 가능하게 됐으나 금융위기 등 시장 상황의 변화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금융투자업사들의 신규 업무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신규 업무가 차질을 빚는 이유가 금융당국의 지나친 신중함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24개 증권회사와 1개 선물회사가 상호 겸영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를 신청, 이 가운데 5개 증권사만이 선물업 겸영을 허가 받고 1개 선물사가 증권업 예비 인가를 받는데 그쳤다.
지난 상반기까지 신규 업무 진출 진입이 사실상 가로막혔던 선물업 인가는 그나마 일부 허용된 것으로 확인된 반면 집합투자업무는 금융위원회의 속도 조절로 인해 여전히 증권사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현재 자통법 시행으로 자기자본투자(PI)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업무 등 증권사의 내부 업무 운용과 관련 집합투자업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나 관련 업무 인가에 당국이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관련 업무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증권업계 IB업무 종사자는 "현재 IB, PI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새로 개척할 업무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운용업 인가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융당국이 최근의 금융시장 여건 변화와 위기 이후 부각된 리스크 관리 중요성으로 인해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련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에는 집합투자업과 유사한 투자일임업이 허용돼 있지만 이는 리테일을 기반으로 한 소매영역에 불과하다"며 "증권사들이 자체 계정을 통해 신규 영역에 투자하고 이를 통합관리 할 수 집합투자업 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사들 역시 자통법 시행으로 겸영이 가능한 업무가 늘었지만 이에 대한 업무 활성화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그동안 ▲실시간 자금이체 및 공공요금 수납업무 ▲CMA 신용카드 발급 ▲대출 중개ㆍ주선 ▲지급보증 ▲인수합병(M&A)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 등을 인가 받았다.
증권사는 그러나 정작 이 같은 해당 업무를 활성화하고 키워 나가려는 노력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조사한 '자통법 시행 후 증권사별 신규 업무 영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 지급을 보증한 사례는 여전히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시장법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금융 지원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의 지급보증이 가능토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4개 대형 증권회사가 겸영업무로 신고한 상황이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하락 등의 문제로 실제 지급보증을 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도 부진한 모습이다.
금감원은 당초 증권사에 대한 파이낸싱 업무 관련 자금 소요시점과 조달시점의 불일치를 메우기 위해 한정적으로 증권사들의 직접 대출을 허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시중의 10개 증권사들에 대한 직접 대출이 허용됐으나 PF 대출의 만기가 3개월로 제한되고 기한 연장이 금지되는 등의 제약이 뒤따르면서 실제 대출 취급건수는 미미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자통법 시행 이후 증권ㆍ선물ㆍ자산운용업을 통합해 기능별 규제가 이뤄지면서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이 가능하게 되고 종전에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겸영 업무가 대폭 늘어났지만 증권사들의 신규 업무는 생각보다 더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투자업의 효율성이 본격적으로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집합투자업과 같은 운용과 비용 측면에서 관리 효율성이 높은 업무만 인가 받으려는 것은 겸영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도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