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무잔고 계좌만 급증...은행은 시중 자금 빠르게 흡수
은행들의 ‘급여통장’과 증권사의 ‘CMA’ 싸움에서 증권사는 외형확장에 어느 정도 승리는 했지만 시중자금을 흡수하지 못해 돈이 없는 계좌만 늘어 초반 싸움은 은행쪽의 승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CMA 계좌 수는 964만661개로, 지난 7월 말보다 61만6888개(6.8%)가 늘어났다.
이처럼 계좌 수는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CMA 잔고는 약 40조원에서 39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4000억원가량이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증권사들이 지급결제 서비스를 앞두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중복 가입 등으로 인해 무잔고 계좌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일부 증권사에서 4~5%의 높은 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에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CMA는 투자 자금이 잠시 머무르는 상품이라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따라서 계좌 수와 잔고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증시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시중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8조6589억원이 늘었다.
저축성 예금은 지난 7월 중 2조 1000억원이 증가했으나 8월에는 13조원으로 급증했고 9월에도 11조4000억원 늘었다.
저축성예금에는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그리고 은행의 고금리 월급통장과 같은 저축예금 등이 포함된다. 4~5%대 금리를 앞세운 정기예금이 시중자금을 흡수할 뿐 아니라 은행들이 선보인 고금리 월급통장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급여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대출을 받을 때 금리 우대 등의 혜택과 지점이 많아 입출금 등이 쉽다”며 “증권사들이 CMA 계좌를 많이 유치했다고 하나 은행쪽의 장점으로 인해 선뜻 CMA계좌를 월급통장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쟁 상대는 규모가 작은 증권사보다는 오히려 다른 은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