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마케팅 비용 사회공헌금액에 포함 과장 홍보"

시중 은행들이 자사 마케팅 비용을 슬그머니 사회공헌 비용에 포함시켜 사회공헌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고 과장 홍보에 나서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승덕 한나라당 위원이 7대 시중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사회공헌활동 세부 내역에 따르면, 전체 사회공헌 금액은 1614억원으로 이는 지난 5월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통해 밝힌 사회공헌금액 3370억원의 47.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팀 운영비와 유명 프로선수 후원, 대가성 있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등 사실상 자사 마케팅 비용을 슬그머니 사회공헌금액을 포함시켰다가 국회의원이 세부내역을 요구하자 빼고 제출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당초 사회공헌활동보고서를 통해 밝힌 898억원의 사회공헌금액을 4분의 1수준인 228억원으로 줄여 제출했고 사회공헌보고서에 포함돼 있던 농구팀 운영비와 유명 선수 후원금액 등도 빼거나 줄여서 신고했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로 사회공헌활동 투자 금액으로 1090억원을 제시했지만 462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구와 골프를 비롯한 엘리트 스포츠 운영비용 등을 제외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종전 400억 원에서 174억 원으로, 하나은행 역시 631억 원에서 402억 원으로 각각 줄여 사회공헌활동 세부 내역을 소개했다. 대가성 있는 대학발전기금을 비롯해 골프선수 및 국가대표축구팀 후원 등을 뺀 것.

고승덕 의원은 "이들 은행들은 프로팀 운영비와 유명 프로선수 후원, 대가성 있는 기부금이나 후원금과 같이 자사 마케팅 비용에 포함되는 비용을 은근슬쩍 사회공헌 금액으로 포함시켰다가 국회의원이 세부 내역을 요구하자 빼고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외환과 SC제일, 씨티 등 외국계 은행들의 경우 이들이 제시한 사회공헌 금액은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밝힌 규모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순수 사회공헌 금액으로 보기 어려운 항목들이 많았다.

외환은행이 제시한 사회공헌 금액 256억 원의 경우 휴면예금관리재단 출연금이 187억 원으로 전체의 73%에 달했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은 은행들이 출연한 휴면예금으로 운영되는 기구로, 은행의 돈이 아닌 고객의 돈을 관련 법률에 따라 재단에 출연한 것까지 사회공헌금액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도 사회공헌금액 60억 원 중 공탁금관리위원회에 낸 금액이 39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산하 공탁금관리위원회에 낸 돈은 법원 공탁금을 관리하는 대가로 지출한 돈으로 이 또한 엄밀히 얘기하면 사회공헌 금액으로 보기 힘들다.

고 의원은 "이 밖에 은행들이 대학 등록금 수납대행 및 시ㆍ도 금고 유치 등을 위해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낸 것도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은행들이 이처럼 마케팅 차원의 비용 지출을 사회 공헌으로 과대 포장해 중앙회를 통해 매년 책자까지 발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회공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 2008'을 발간했을 당시 회원사인 시중 은행들의 작년 사회공헌활동 지출이 총 48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고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도 6.04%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