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포스코·LG전자 등 ERP 통합프로젝트 발주
IT업체들이 포스트(post) 국제회계기준(IFRS) 시장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IT업계의 젖줄 역할을 담당해왔던 IFRS 시스템 구축이 대부분 마무리 되면서 ERP 시장으로 중심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IFRS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가 의무화되면서 계열사의 재무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지주사 관점에서 재무현황 뿐만 아니라 경영현황까지 파악하기 위해 각 계열사의 ERP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2~2003년에 ERP 시스템 구축이 집중된 후 6~7년이 지나면서 시스템의 교체 및 확장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시장 형성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IT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메리츠금융그룹,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등이 ERP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28일 정책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공사(KPBC)와 상업금융 부문을 맡게 되는 산은지주사로 분리되면서 IT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ERP 시스템과 함께 홈페이지, 그룹웨어시스템, 영업지원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계열사인 화재ㆍ종금ㆍ증권ㆍ금융정보서비스ㆍ자산운용사를 묶는 IFRS와 ERP 프로젝트를 오는 10월말부터 시작해 내년 7월 가동할 예정이다. 삼일PwC가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SAP의 ERP가 도입된다. ERP 시스템에 IFRS를 적용한 재무회계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향후 시스템 확장성과 변동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메리츠금융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기획한 총 5단계의 글로벌 ERP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중국 지역을 오픈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유럽, 지난 9월 미국에서 시스템을 가동했다. 향후 4단계는 동남아시아 지역, 5단계에서는 그 이외 나머지 지역에서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ERP가 구축되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법인의 생산, 재고, 재무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구매, 재고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포스틸ㆍ포스코건설ㆍ포스콘ㆍ포철산기 등 8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IFRS가 적용된 ERP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들 8개 계열사는 연말에 시스템을 가동하며, 포스코특수강ㆍ포스코강판ㆍSNNCㆍ삼정피엔에이 등 4개 계열사는 내년부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포스코 각 계열사는 그룹차원의 공통된 연결결산시스템, 주석관리시스템, 계정과목 체계(CoA)를 적용한 IFRS를 구현하게 된다.
이밖에 LG전자의 경우 내년 10월부터 오라클 솔루션을 도입해 통합 ERP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을 중심으로 ERP 통합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시장에서는 이미 개발 인력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ERP가 IFRS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IFRS는 상장사들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ERP 통합 프로젝트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의 대기업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ERP 통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도 경기불황으로 IT예산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것도 불안요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