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CD금리 산출 실태조사에 증권사 '뿔났다'

입력 2009-10-22 08:32수정 2009-10-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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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CD 금리 상승 왜 증권사만 탓하나"

금융감독원이 저금리 기조 지속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꾸준히 오름세를 탔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산출 방식이 적정한지 여부를 놓고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섰다는 소식에 시중 증권사들의 화가 단단히 났다.

이는 일각에서 증권사들의 CD 금리 결정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산정 과정에서 증권사간 담합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증권사들이 마치 CD 금리를 올린 주범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

금감원은 지난 20일 기준금리가 현재 2%대 초 저금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반면 CD 금리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어 CD 금리가 적정하게 산출되고 있는지 시중 증권사를 상대로 자료 요구 등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의 이번 CD금리 적정 산출 여부와 관련한 실태 조사는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CD금리에 대한 문제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로 시장은 현재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 소속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당시 금융위 국감에서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자,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모든 문제가 변동금리 대출 기준을 CD에 연동하도록 돼 있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 구조가 적정한지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통상 CD 금리는 시중 10개 증권사의 거래 금리를 평균해 금융투자협회가 결정하는데 CD 거래 실적 상위 10개 증권사가 3개월물 고시 금리를 협회에 보내면, 협회는 가장 높은 수치와 가장 낮은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평균치를 고시해 결정된다.

상위 10개 증권사는 현재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솔로몬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KTB투자증권, KB투자증권.

하지만 CD 금리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산정돼야 함에도 불구 최근과 같이 CD 거래가 없으면 증권사들은 시장 상황을 적당히(?) 감안하거나 다른 증권사에 물어본 뒤 추정치를 보고해 CD 금리를 산정했다.

CD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증권사 담당자들이 CD 수급이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주먹구구식으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몇몇 증권사들의 경우 담당 부서에선 CD 금리 보고를 다들 귀찮아 해 말단 직원이 도맡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고 주먹구구식 금리 결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CD 금리가 일반인들도 관심이 높은 대표적인 생활금리이자 서민금리라는 점에서 가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이러한 행위는 증권사들이 CD 금리 결정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증권사의 CD 관련 담당자는 이 같은 지적에 "물론 CD 금리 입력을 말단 직원이 한다고 하지만 입력을 말단 직원이 할 뿐 금리 결정을 위해 증권사들은 당일 발행물이나 은행채 동일 만기물 등의 움직임을 비교분석하고 내부상의를 충분히 거쳐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최근 CD 금리 오름세가 대출자들은 물론 업계 담당자들사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금투협은 CD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체는 증권사가 아닌 은행과 자산운용사라며 채권과는 수급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 담당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CD 금리를 산정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금투협은 당시 CD 금리 산정에서 은행과 투신은 직접적인 거래 이해 관계자에 해당하지만 중개 업무를 영위하는 증권사의 경우 공급과 수요자를 연결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므로 CD 금리 담합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권사 CD 담당자 역시 "일부 증권사들이 CD 금리 산정시 안일한 대처를 해왔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증권사들이 담합해 결정하고 최근의 CD 금리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인식과 이에 근거한 당국의 실태 조사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CD 거래의 체결 없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것이 CD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산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마찬가지"라며 "CD와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호가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라 거액의 자금 거래를 목적으로 소수의 기관이 참여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주식과 같이 빈번한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업계의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국감 당시 CD 금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금리 산정 과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 CD 금리 산출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이 있다면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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