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 의원, "솜방망이 처벌, 농협의 지속적 부정·비리 조장"
농협중앙회가 지난 3년간 35명의 직원들이 약 137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형사고발 조치된 직원은 8명에 불과하고, 9억 6900만원의 판매대금을 횡령한 직원도 가벼운 내부징계에 그치는 등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이계진 의원(한나라당, 강원 원주)은 농협 국정감사와 관련해 배포한 자료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최근 3년간 징계 현황 및 내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직원 35명이 약 137억 원의 공금을 횡령했지만 형사고발된 직원은 8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횡령 직원 35명 가운데 형사고발 조치된 사람은 전체의 23%인 8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직이나 감봉, 견책 등 가벼운 징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금 횡령 수법은 친인척이나 고객 명의로 허위 서류를 작성해 돈을 빼돌리거나 고객 정보를 이용해 계좌를 만들어 횡령하는 등의 고의적인 수법이 대부분이었으며, 횡령액이 많은 경우는 31억 1400만원에 달했다.
이계진 의원은 "농협의 대부분 횡령 범죄가 경중을 떠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농협의 '솜방망이' 처벌이 농협의 지속적인 부정비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 횡령 금액을 즉시 갚아 농협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거나 평소 조직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행 국무총리 훈령인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따르면, '공무원의 범죄 혐의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의 규정 및 이 지침에 의해 이를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농협은 공무원 조직은 아니지만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서 농협중앙회의 임원급 이상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재산신고를 의무화하고 퇴직 후 재취업에도 제한을 두고 있는 등 공공의 책무를 법에서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 내규에서 횡령직원에 대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고만 규정했다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지난달에야 부랴부랴 '200만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고발 조치한다'고 개정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횡령 직원에 대한 농협의 '솜방망이' 처벌이 횡령사고를 방치한 결과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 의원은 "농협이 유리한 때는 공공성을 등에 업으면서도, 불리한 경우에는 공공성을 회피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횡령 규모를 떠나 죄질의 상습성과 파렴치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벌백계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