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기정사실 vs. 과민반응 자제 필요
지난달 30일 세계 3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 CGM의 채무구조조정 소식에 조선주들이 급락하면서 1700선 회복을 타진하던 코스피지수 역시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이번 프랑스발 악재가 조선 및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CMA CGM은 파리에서 재경부 관계자, 채권은행 등과 모임을 갖고 정부에게는 긴급자금 지원을, 채권은행들에게는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진중공업(-10.90%), 삼성중공업(-6.23%), 현대미포조선(-6.39%), 현대중공업(-9.55%), 대우조선해양(-9.47%) 등 대표적인 조선주들이 동반 급락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 역시 하락세로 마쳤다.
프랑스發 악재를 두고 증권가의 의견 역시 분분한 상황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조선업 업황 악화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과 과민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업황 악화 기정사실
이번 사태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유로는 만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시 국내 조선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번 사태가 결정되기까지 억황 악화 자체는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사안의 경중을 떠나 세계 3위 컨테이너 해운사의 재무상태 악화소식은 세계 해운, 조선 시황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추가적인 납기, 인도지연 뉴스가 발생할 수도 있고 상선부문에서 수주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해양부문의 발주 뉴스가 있으나 그 금액면에서 상선부문 수주 급감을 해소시킬 수준에 미흡해 당분간 의미있는 수준의 상선부문 발주회복 없이는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조선업 주가 또한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 둔감한 국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동익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MA CGM의 자금난이 실질적인 모라토리엄으로 이어질 경우 CMA CGM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기발주된 선박의 인도연기요청 혹은 발주취소 등의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국내조선사가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선박 중 상대적으로 발주취소의 가능성이 더 높은 강재절단 이전의 공정에 있는 선박은 28척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3위의 대형선사가 이러한 어려움에 처함에 따라 해운시황 침체지속시 다른 선사들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조선주에 대한 센티멘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조선주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과민반응 자제
반면 이번 사태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인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과잉발주와 투기발주의 영향으로 여전히 수주 춘궁기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조선산업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CMA CGM가 미치는 영향이 미확정적일 뿐만 아니라 제한적이고 CMA CGM와 같은 대형 해운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세계 해운사의 선복량 조절 가능성, 2010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운임가격의 반등 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한국 조선업체에 대한 지나친 과잉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봉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이미 노출된 리스크의 재확인 수준"이라며 "2008년 하반기 벌커 발주 취소, 2009년 상반기 컨테이너선 인도 지연 및 대금 지급 지연 요청 등 조선주 주가 하락 이슈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주 취소 보다는 신규 수주 회복이 관건"이라면서 "발주 취소와 해체량의 확대는 선박 수요 회복에 긍정적이며, 수주 취소 가능성은 이미 상반기 주가에 기반영 돼 있는 만큼 수주취소 보다는 신규수주 회복이 조선주 주가 회복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