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시장 7년내 '최저' 전망

입력 2009-09-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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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대졸 신규채용도 전년비 13.3% 감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신규채용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상장기업 5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2009 하반기 채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밀도가 높으며 국내 채용시장을 견인하는 상장기업에서 조차 채용에 나서는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최근 상장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채용시장 해동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최악'의 상황이 될 올 하반기는 채용시장의‘바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사에 응한 548개사 중 올 하반기 채용에 나서는 기업은 194개사로 전체의 35.4%에 그쳤다. 조사 대상 기업의 3분의 1 가량만이 채용에 나선다는 것.

이는 인크루트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전망 조사를 실시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비율로 2008년 하반기와 비교해도 10.2%p나 감소한 수치다.

반대로 하반기에 채용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은 274개사로 50.0%, 정확히 절반을 차지했다. 아직 채용계획을 잡지 못한 기업도 80개사로 14.6%나 됐다. 이러한 채용 악화는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의 경우 채용에 나서는 비율은 60.2%였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23.9%, 미정인 기업은 15.9%로, 전체적으로 저조하긴 하나 절반 이상이 채용을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중견기업으로 내려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채용을 실시하는 비율이 29.5%로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반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50.8%로 대기업의 두 배를 넘어섰다. 19.7%는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은 28.5%로 중견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고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61.6%로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정인 곳은 9.9%였다.

이처럼 중견·중소기업의 채용 실시 비율이 대기업의 절반 정도에 그치면서 기업규모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채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채용에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채용하는 비율뿐만 아니라 채용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468개사)이 밝힌 채용인원은 총 1만1036명. 이들 기업이 전년동기에 뽑았던 1만2728명과 비교해 13.3%가 줄어든 규모다.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채용사정이 좋지 못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서도 약 1700여 명의 신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견, 중소기업의 감소폭이 클 전망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총 8920명을 채용해 전년 대비 4.8% 감소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변동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반면 중견기업은 1393명을 채용해 2120명을 뽑았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34.3%가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일곱 배에 달하는 감소폭이다. 또 중소기업의 채용인원도 고작 723명에 그쳐 1236명을 채용했던 지난해에 비교해 41.5%라는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결국 전반적으로 채용규모가 크게 감소했지만, 13.3%라는 감소폭 자체도 대기업이 일정 수준의 채용을 유지했기에 그나마 가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체 12개 업종 중 무려 11개 업종이 전년대비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업종별 채용기상도
유일하게 채용규모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금융(+7.8%). 금융은 전년에 비해 약 130명 가량 신규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감소폭으로 희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 ▲식음료(-1.1%) ▲전기전자(-5.1%) ▲물류운수(-5.5%) ▲기타제조(-7.5%) ▲유통무역(-10.7%) 등은 감소폭이 10% 이내에 머무른 반면 ▲석유화학(-36.4%) ▲자동차(-28.5%) ▲기계철강조선(-27.5%) ▲건설(-25.2%) ▲정보통신(-22.5%)등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특히 채용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든 업종은 제약(-53.3%)이었는데 올 하반기의 채용인원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인원은 전기전자(3614명)가 전체 채용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며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이고, 유일한 ‘플러스 채용’의 주인공인 금융(1720명) 역시 대규모의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뒤를 이어 ▲정보통신(969명) ▲기계철강조선(921명) ▲기타제조(916명) ▲식음료(864명) ▲건설(675명) ▲제약(383명) ▲유통무역(376명) ▲자동차(284명) ▲물류운수(188명) ▲석유화학(126명) 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기업규모별 채용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대규모 채용도 중요하지만, 전체 채용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채용이 살아나야 전체 고용상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다만 최근 조금씩 경기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기업과 구직자들도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채용시장이 해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가‘바닥’을 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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