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하반기 허리띠 바짝 졸라맨다

입력 2009-08-28 14:16수정 2009-08-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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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등 생산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중국발 경기부양 효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늘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중동과 중국지역 등 경쟁업체들의 생산설비 신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체들은 공장합리화, 원료 다변화, 폐열재활용 등의 활동을 통해 원가 절감을 강화, 올해 상반기 호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올 상반기 '깜짝 실적'을 올리며 시장을 놀라게 한 LG화학은 올해 에너지의 이용 효율 증대를 바탕으로 한 ▲1사업장 1에너지 절감 캠페인 전개 ▲생산공정 혁신 및 신제조 공법 도입 ▲에너지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기술교육 투자 강화 등의 전사가 참여하는 '스피드 프로(Speed PRO)' 운동을 전개해 원가절감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충남 대산공장은 벤젠을 생산하는 BRU공장의 경우 강제 냉각되는 과정의 열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저열량 에너지를 모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LG화학은 이러한 에너지 중심의 공정혁신을 추진한 결과, 3년 전의 40% 수준으로 에너지 원단위를 끌어내렸다.

LG화학은 또 매년 에너지 절감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에너지 공유회' 행사를 열어 연간 에너지 절감 추진성과를 평가하고 에너지 및 원가 절감 성공활동을 전사업장으로 확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나프타와 함께 원료로 병행 사용해온 액화석유가스(LPG)의 사용 비중을 연간 20만t에서 30만t으로 늘려 원가 절감에 나섰다.

이는 곧 경영성과로 나타나 올 2분기 매출액 3조9209억원, 영업이익 6603억원의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내놨다.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올 상반기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은 삼성토탈은 2010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료의 다변화 비율을 현재의 17%에서 38%까지 대폭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키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총 600억원을 투자해 대산공장 내에 4만t 규모의 LPG탱크를 건설 중이다.

또한 에너지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향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폐열 회수, 스팀터빈 효율 향상,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총 700억원의 에너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도 생산성을 향상과 제조경비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급과잉 상태인 범용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대신 전선용 LLDPE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하고 220kV이상 초고압 케이블 소재 생산에도 성공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여수 공장에 자동화 폴리에틸렌(PE)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등 연간 72억원의 절감효과가 기대되는 물류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SKC, KP케미칼, 코리아 PTG, 한솔EME 등 울산에 위치한 4개사는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서로 공급해 에너지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이익을 기록했고, 호남석유화학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바라보는 등 석유호학업체의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며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잘 활용한 측면도 있지만 각 사별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원가절감, 비용절감 노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는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원가절감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이후 아시아 석유화학업체의 가동률이 90% 이상으로 상승하고 사우디의 페트로라비그(에틸렌 130만t, 프로필렌 90만t 규모)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사우디의 얀삽(에틸렌 130만t, 프로필렌 24만t)과 SEPC(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 28만5000t), SHARQ(에틸렌 130만t, 프로필렌 24만t)도 4분기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가동을 개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구자영 사장의 주문에 따라 '위-파이(WI-PI, 우리의 파이를 키우자)' 활동을 통해 전사적인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파이'는 생산기술실 엔지니어들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절감 활동의 일환이다. 현재 4개영역(비용절감, 제품수율 증대, 공정능력 증대, 유연성 확보)에서 15개 구체적인 실천과제가 시행 중이며 500억원의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이 직접 나서 임직원들을 독력하고 있다.허 회장은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선 비용(cost) 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명확하게 목표를 세워서 불요불급한 비용은 아예 없애거나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선순환 기회가 창출되는 곳에는 확실하게 밀어주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 경쟁력은 허 회장이 연초부터 여러차례 강조해 온 경영지침이다.

LG화학도 그동안 추진해 온 에너지의 이용 효율 증대를 바탕으로 한 원가절감 극대화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계획이며, 삼성토탈 등 다른 석유화학기업들도 계획했던 원가절감 방안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소용환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생산설비 신증설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데다 카타르, 쿠웨이트, 중국의 공급증가가 예정돼 있어 일시적으로 호황을 맞았던 석유화학경기는 3분기 이후 재차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4분기 또는 내년 상반기부터 경기급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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