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의 하락률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상반기 미국 증시 부진과 통화 약세가 겹치면서 달러화 신뢰성이 약화하는 가운데 현재의 약달러 국면이 새로운 투자기회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서울 외환시장 따르면 4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는 직전 거래일보다 2.90원 오른 1362.30원에 거래를 마쳤다(오후 3시30분 마감가 기준). 환율은 주 초였던 지난달 30일 장중 1347.1원까지 떨어져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후 내리 조정 받으며 1362원 선에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인덱스는 최근 5거래일 동안 97포인트 내외를 유지하며, 보합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연준 의장 퇴진 압박 등에 힘입어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올 상반기 달러인덱스 낙폭은 11.53%로, 역대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73년 브레튼우즈 체제 해체 당시(-16.77%)였는데, 당시에는 각국이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변환하며 글로벌 환율체제에 큰 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올 상반기 달러화 약세는 이같은 체제 변화가 없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강달러에 대한 되돌림이 겹쳤지만, 통화 체제 변혁 수준의 변화는 아니다"라며 "미국 경기둔화 우려, 상호관세 불확실성, 재정 건전성 등이 언급되지만, 매번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방향성 베팅도 불분명하다. 달러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우려만으로 달러를 매도하기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적된 달러 매수 포지션이 줄어들면서, 탈달러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에는 고평가 해소 차원에서 강달러가 나타났다면, 지금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달러의 외환시장 영향력이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달러가 지속할수록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엔화 등 다른 환율 간 상관관계가 약화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외환 투자에 있어 비(非)미국 국가별 대내 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주에는 영국 재무장관 교체설이나 미국-베트남 무역협정 타결 등 국내외 정책 이슈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다음 주 달러인덱스는 관세 협상 시한 도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소화하며 90포인트 중후반에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관세 협상이 계속 유예되거나 시한 내 연장되지 않으면, 달러화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유예 기조를 유지하는 한 달러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달러 환율은 1360~1370원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 기조 연장 기대와 미국 증시의 신고가 랠리에 지난 4월 이후 잦아졌던 해외투자 재개 흐름이 위험 선호를 지지하면서 원화 강세와 상방 압력도 동시에 상존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