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액 227억원 산정
경영권 불법승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3가지 혐의 중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삼성SDS의 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는 무죄,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상태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삼성SDS의 BW의 적정가격을 1만4230원으로 산정한 뒤 총 배임 액수가 227억원이라고 판단, 배임액수가 50억원을 넘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협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재산정하라고 결정한 삼성SDS BW의 적정한 행사가격을 1만4230원으로 보고, BW 헐값 발행으로 삼성SDS가 입은 손해액(배임액)을 227억원으로 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배임으로 인한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어 이 전 회장에게는 업무상 배임이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삼성 전직 임원들이 저가발행이 아니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SDS BW 발행 사건은 SDS가 1999년 2월26일 5만5000원에 거래되던 BW를 주당 7150원에 발행(321만7000주)하면서 이재용 전무 등 이 전 회장의 네 자녀와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 배분한 사건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1심에선 손해액을 44억원(BW 적정행사가 9740원)으로 산정해 공소시효가 7년인 업무상배임 혐의 적용으로 면소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29일 열린 상고심에서 삼성SDS BW는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돼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다면 배임죄가 성립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