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용평가에서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 롯데손해보험, 쌍용씨앤이 등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나란히 하향 조정했다. 이들 기업 모두 PEF가 최대주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투자기업에서 이익을 회수하는 PEF의 투자 관행이 신용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급 전망도 지난달 일제히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같은 달 쌍용씨앤이의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롯데손해보험은 2019년 JKL파트너스가 롯데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쌍용씨앤이는 사모펀드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주된 원인으로는 영업실적 부진에 더해 재무구조의 불확실성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인수 당시부터 PEF들이 피투자기업의 자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과도한 배당 확대, 자산유동화 전략을 추진해 투자이익 실현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PEF는 차입매수(LBO) 전략을 활용해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 후에는 자산 매각이나 배당을 통해 단기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장기적인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주요 자산 매각이나 사업부 분리 매각을 통해 이뤄지는 고배당 또는 자산 매각은 단기 성과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기업의 재무구조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PEF의 대주주인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회수 전략’이라는 두 축이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기업가치 제고’는 공급망 공유나 효율화 조치 등을 통해 이뤄지지만, 업종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PEF의 이익 회수와 관련해서도 장기적 성장 전략보다는 수익률에 중점을 둔 단기 전략이 주를 이룬다고 꼬집었다. 한신평은 “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이 늘면서 유동성 감소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어, 채권자들 입장에서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신용도까지 조정된 경우도 발생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