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단통법 폐지는 성지랑 상관 없어요"

SKT '이심' 신규영업 재개 첫날
신도림 테크노마트 '성지' 가보니

▲16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안유리 기자 inglass@)

"우리는 이미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어기고 있었어요. 단통법 폐지돼도 (휴대폰) 성지랑은 크게 상관없을 거예요."

16일 이른바 휴대폰 성지로 이름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한 휴대폰 판매점 직원에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비 부담이 더 낮아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이어 "공시지원금은 전국에서 다 똑같다. 저희(휴대폰 성지)는 나머지(공시지원금을 제외하고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우리가 내드리는 거라, 고객님이 부담할 게 없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 여파 속, 올해 7월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의 상한을 제한하는 단통법 폐지까지 예고되면서 통신3사간 고객 유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통신 3사는 공시지원금을 앞다퉈 올리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이동통신 판매점에서는 판매점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다. 매장마다 내세우는 혜택은 조금씩 달랐으나, 9~11만 원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면 갤럭시S25, 아이폰 16 프로 등 100만 원대 고가 휴대폰이 무료인 건 동일했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 지원금 외에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급에 이어 고객에게 10만~20만 원을 추가로 환급해주겠다는 매장도 있었다.

한 매장 직원은 "비싼 요금제를 권하는 이유는 솔직히 통신사 (본사)에서도 우리한테 조금 더 지원해주는 게 있다. 그걸로 고객님들에게 돈을 지원을 해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월요일 오후인 터라 테크노마트 전체적으로 한산했지만,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매 주말 인산인해였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주말엔 LG유플러스로 거의 80%가 옮긴 거 같다"며 "조건이나 이런 게 더 싸서 그렇다. 주말에 모집한 걸, 아직도 개통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공시지원금과 유통점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웃도는 수준의 보조금은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상 불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휴대폰 보조금 지급에 대한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나, 7월 22일 단통법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활발한 경쟁 속에 이동통신사 간 이용자 번호이동은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90만 명을 넘어섰다. 한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통신사 간 번호이동을 한 총고객 수는 93만3509만 명을 기록했다. 4~5월 두 달간 SK텔레콤에서 타사로 번호 이동한 고객은 총 67만7491명에 달한다.

통신3사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SKT는 이날부터 대리점에서 이심(eSIM)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영업 및 번호 이동을 재개한 가운데, 곧 완전한 신규 영업 재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폴드 7’ 출시까지 앞두고 있어, 통신 시장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통신사들은 구형 모델인 갤럭시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 지원금을 최대 7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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