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무기화 첫 사례...의도적 지연 효과
트럼프, 수출 제한 완화 가능성엔 “두고 보자”

미국과 중국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2차 고위급 무역 회담 첫날을 마무리했다. 협상에서는 양국이 서로 부과하고 있는 수출통제 문제가 주로 논의됐으며 10일 협상을 이어간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합의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가 늦어지자 문제를 제기한 미국은 이번 협상으로 희토류 수출 제한과 기술 수출 통제를 서로 완화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이날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6시간 이상 고위급 무역 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달 초 제네바에서 맺은 무역 중간 합의에 대한 위반 여부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가 극대화하면서 추진됐다. 논의도 수출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대표단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그리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협상을 이끌었다. 회담 직후 베선트 장관은 “좋은 만남이었다”고 말했고 러트닉 장관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허 부총리는 언론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회담장을 떠났다.
미국은 중국이 대미(對美) 희토류 수출 제한을 완화한다면 각종 기술 수출 통제를 일부 해제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나 제트기 엔진 부품, 화학 및 원자력 소재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해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도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중국 희토류도 대량 방출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이 기술 수출 통제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각종 수출 통제 조치를 강하게 비판해온 것은 여러 차례 있던 일이지만 희토류를 이용해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이른바 ‘희토류의 무기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지난달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추가 제재를 검토하면서도 무역 협상에 미칠 영향으로 고려해 적용 시점에 대한 내부 의견이 나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첨단 칩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만 집중했던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는 다르며 그 배경에는 희토류 수출 제한이 있다는 게 FT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도 초고성능 칩의 수출까지 허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싯 위원장은 “매우, 매우 고급스러운 엔비디아 제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활용을 견제한다는 명목 하에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 수출을 통제해왔다. 엔비디아는 처음에는 A100과 H100 칩에 기반을 뒀지만 성능을 제한한 A800과 H800 칩을 중국에 수출했으나 미국 정부에 의해 막혔다. 이후 중국 전용으로 설계한 또 H20 제품군에 대해서도 지난달 사실상 수출이 금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내고 있다. (다만) 중국은 쉽지 않다”며 “좋은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수년간 미국을 착취해왔다“며 “우리는 중국을 개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출 규제 해제에 대해서는 “두고 보자”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관세를 활용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했다. 그러나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달리 보복 관세 조치는 물론 희토류 수출까지 통제하면서 무역 전쟁이 극에 달했다. 가까스로 지난달 초 양국이 일시적으로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합의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양국이 부딪히면서 이번 협상이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