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문턱 낮춰 ‘천스닥’ 달성…금융당국, 코스닥 체질개선

(출처=금융위원회)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등 장기 기관자금의 코스닥 유입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그동안 코스피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코스닥에 장기·안정 자금을 유입시켜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과 퇴출 제도 손질, 거래소 조직 개편, 중복상장과 IPO 공모가 규제 강화 등도 함께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참여 유인을 높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이라는 코스닥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 진입 여건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상장·퇴출 제도와 거래소 운영 구조, 투자자 보호 장치 전반을 함께 손질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12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506조7408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지수 흐름을 보면 코스닥은 IT 버블 시기였던 2000년 1월 장중 2925.50까지 치솟은 뒤 급락했고, 2021년에야 1000선을 회복한 이후에도 다시 600~900선 박스권에 머물러 왔다. 시가총액은 커졌지만 장기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시장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반복됐다.

연기금 빠진 코스닥…‘제도 장벽’부터 허문다

금융위는 개인 자금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 자금을 유입시켜 시장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24년 연간 거래 통계를 보면 코스닥에서 개인 거래액은 1624조 원에 달했지만 연기금 거래액은 13조 원에 불과했다. 순매수 기준으로도 연기금은 코스닥에서 6000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당국은 이같은 불균형이 제도적 진입 장벽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현재 주요 연기금의 벤치마크 지수(BM)와 기금운용평가 기준에서는 코스닥 기업이 사실상 투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무원연금의 국내주식 BM은 배당반영 코스피200과 코스피 지수로만 구성돼 있다. 기금운용평가 기준수익률 역시 코스피 지수에 연동돼 연기금이 코스닥에 투자할 유인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중소형주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코스피 중소형 지수와 코스닥 지수를 합성한 벤치마크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 사례를 참고해 기금운용평가 기준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기금이 국내주식 운용 과정에서 코스닥 투자를 구조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기금운용평가 대상은 27개 기금으로,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기금의 국내 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44조 원에 달한다.

연기금 참여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병행한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세제 혜택 한도를 확대한다. 2026년 도입 예정인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 대한 세제 지원도 적극 검토한다.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은 25%에서 30%로 높이고 대형 증권사의 코스닥 기업 리서치 확대와 특례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의무화도 함께 추진한다.

코스닥 본부 독립·성과 책임 강화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한국거래소 내 코스닥 본부의 독립성과 성과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코스닥 본부는 예산과 인력 운용에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영평가는 거래소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져 코스피와 동일한 성과급 체계가 적용돼 왔다. 때문에 혁신기업 육성이나 시장 신뢰 제고와 같은 고난도 과제를 수행하더라도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본부를 타 본부와 분리해 독립 평가(Book in Book)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평가지표는 혁신기업 성장 지원과 시장 신뢰도 제고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다. 아울러 코스닥 본부에 대한 조직·인력 진단을 실시해 필요하면 확충과 재배치를 추진한다. 거래소 내부에 코스피와 코스닥 간 실질적인 내부 경쟁 체계를 구축한다.

상장은 넓히고 퇴출은 빠르게⋯제도 손질

기관투자자 유입을 위해서는 상장기업의 질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상장과 퇴출 구조도 동시에 손질한다. 금융위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원칙에 따라 혁신기업은 보다 원활하게 상장시키고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시키는 구조를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내 AI, 에너지(ESS·신재생에너지), 우주산업 등 국가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기준을 전면 도입한다. AI 반도체 설계·생산,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피지컬 AI부터 에너지 저장 효율과 환경 기여도, 위성·발사체와 지상 서비스까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 심사 기준을 마련한다. 기술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AI·우주·에너지·바이오 등 분야별 상시 기술자문역 풀(약 60명)도 구축한다.

반대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특례를 받은 기술 사업을 포기하고 전혀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면 상장 유지가 어려워진다. 금융위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5년간의 상장폐지 면제 기간 중 주된 사업목적을 변경할 경우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상장폐지 심사 조직도 기존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2개 부서 체제로 개편한다. 2026년부터는 시가총액 기준도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상향된다.

중복상장·IPO 과열 정비…투자자 신뢰 회복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도 병행된다. 금융위는 모·자회사 중복상장과 IPO 공모가 과열 문제에 대해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그동안 물적·인적분할에 대해서만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인수·신설 형태의 중복상장은 내부 가이드라인에 의존해 예측 가능성이 낮았다.

앞으로는 인수·신설 중복상장에 대해서도 세부 심사 기준을 상장규정(시행세칙)에 명문화해 모회사 주주 보호 여부와 사업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IPO 과정에서는 풋백옵션 제도에 대한 단계별·투자자별 안내를 강화한다. 더불어 주관사가 추정 실적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경우 실제 실적과의 괴리율을 주관사별로 비교 공시해 책임성을 높인다. 코너스톤 투자자와 사전 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도 병행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 없이는 혁신산업 생태계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코스닥을 혁신·벤처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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