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5월 기준 다주택자 비중이 2023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초까지 다주택자 비중은 우상향했다. 하지만 4월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영향으로 민주당 정권 교체가 확실해지자 집주인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는 서울 핵심지 ‘한 채’ 수요 확대와 지방 집값 하락에 영향을 주는 만큼 앞으로 서울 집값 추가 강세의 연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 다소유지수’ 통계 분석 결과 해당 지수는 5월 기준으로 16.46%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12월 기록한 16.4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등을 포함하는 주택 개념이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가 작아질수록 복수의 주택을 보유 중인 사람의 비중이 줄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다주택자 비중도 증가한다.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다주택자 비중은 16.44%였는데 이 가운데 ‘2가구 소유’ 비중은 11.24%로 나타났다. 이후 지난해에는 상반기 서울 집값 상승에 힘입어 다주택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16.50%(2주택자 비중 11.33%)까지 증가했다. 이어서 올해 3월까지도 16.49%(2주택자 11.34%)를 기록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4월 이후 민주당에 유리한 대선 구도가 이어지자 다주택자 비중은 4월 16.48%로 소폭 하락한 데 이어 5월에는 16.46%까지 떨어져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6월 첫째 주 기준으로 18주 연속 상승 중인 것으로 고려하면 정권 교체에 따른 다주택자 세제 부담을 예상한 다주택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다주택자 중과를 공식화하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이제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당 정권에선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늘어난 만큼 이번 정부에서도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선 문재인 정부에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중과, 보유세 인상 등의 세제 정책이 시행됐다.
이렇듯 다주택자들이 규제를 예상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심화할수록 서울 핵심지 아파트값 상승세 확대와 지방 아파트값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 주요 단지 몸값은 3월 말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에도 신고가를 연일 경신 중이다. 또 강남 지역을 포함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기준으로 4월 거래량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인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877건으로 집계가 끝난 4월 거래량 5377건을 넘어섰다. 5월 거래량 신고기한(계약 후 30일)이 20일 이상 더 남은 것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 역시 지난달 거래량은 170건을 기록해 4월 거래량 108건을 웃도는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이재명 정부에선 아무래도 부동산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광범위하게 펼쳐지진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주택자 비중이 최근 줄어든 것은 세금 영향을 우려해 주택을 처분하거나 자녀 증여를 통한 분산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주택자 비중은 줄고 서울 핵심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