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 광폭행보...사우디 투자금 1조 달러·시리아 제재 해제

사우디가 약속한 6000억 달러, 1조 달러로 상향
이란 핵협상 압박 지속
최근 관계 어긋난 이스라엘 챙기기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3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EPA연합뉴스
중동 순방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첫날부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애초 ‘비즈니스 순방’이 될 거라던 주변 평가대로 사우디의 대미국 투자 규모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들을 위한 풍성한 계약이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수년간 시리아에 가했던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등 외교와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챙겼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에서 “이번 방문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와 제품 구매에 있어서 1조 달러(약 1415조 원) 이상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이라면 1조 달러를 몇 년 안에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사실상 두 달 만에 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하고 함께 성공하고 함께 승리하고 항상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월 사우디는 4년간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의료 부문 등에서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금액을 1조 달러로 올리길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고 이번 방문을 통해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럼장에 놓인 안내판에는 투자 규모가 3000억 달러로 명시됐고,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6000억 달러로 적히면서 1조 달러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발언과 현장과) 차이가 상당하다”며 “1조 달러라는 숫자는 사우디 국내총생산(GDP) 전체와 맞먹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1조 달러에 대한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린 포럼에서 발표된 3000억 달러 넘는 협정을 포함해 600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나머지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2단계 작업을 진행해 총 1조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3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수년간 부과한 모든 제재도 해제하기로 했다. 그는 “국가를 안정시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새 정부가 시리아에 있다”며 “이제 그들이 빛날 시간이다. 시리아,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은 시리아를 독재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전 정부를 겨냥해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되고 과도정부가 수립되면서 제재를 풀기로 했다. 아사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부 장관은 “수년간 파괴적인 전쟁이 끝나고 안정과 자립, 진정한 재건이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리아 국민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환영했다.

시리아의 오랜 동맹이자 미국과 핵 합의 복원 협상 중인 이란을 향해선 압박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관련해 영원한 적(敵)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면서도 “평화의 손길이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핵협상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최근 긴장 상태를 보이던 이스라엘도 챙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조만간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것이 내 간절한 희망이자 꿈”이라며 “결과적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이룬 대표 성과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수교할 수 있도록 각국과 맺은 양자 평화 협정을 뜻한다.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UAE 등 걸프 국가들과 갈등을 빚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평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걸프 국가를 대표하는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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