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까지 생존 걱정⋯ 10곳 중 9곳 ‘경영 어렵다’ [차기정부 기업과제 설문]

76% "국내 투자, 현재 수준 유지"
최우선 과제로 '수출 지원' 언급
2곳 중 1곳 "인허가 간소화 시급"
정책 기조엔 '친기업 희망' 최다

차기 정부 출범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이 현재 경영환경을 ‘위기’로 규정했다. 이들은 규제 철폐, 신산업 육성, 수출 드라이브 등을 차기 정부가 반드시 우선 순위에 둬야 할 핵심과제로 꼽았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며 “지금은 투자와 고용보다 생존이 우선”이라고 하소연했다.

13일 본지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한 주요 대기업 51곳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부에 바라는 기업 과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86%가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매우 어렵다’는 비율도 40%에 달했다. 기업 현장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함을 보여준다.

국내 투자 계획에 대해선 76%가 ‘현재 수준 유지’, 12%는 ‘투자 축소 또는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가 뒤집히는 탁상행정이 문제”라며 “기업이 바라는 건 특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복수 응답, 최대 3개)는 ‘수출 지원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66%로 가장 높았고 △신산업 육성(58%) △불합리한 규제 개혁(56%) △세제 개편(34%) △노동시장 유연화(30%)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 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분야(복수 응답)는 △인허가 및 행정절차 간소화(50%) △기존 규제 전면 재검토(42%) △네거티브 규제 전환(32%) 등이 지목됐다.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 유형(복수 응답)은 △노동·고용 규제(52%) △인허가 규제(50%) △세제 규제(40%) 순이었다.

노동시장 개선 과제로는 근로시간 유연화(64%)가 가장 많이 언급됐고, 고용형태 다양화(44%)외 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대(38%) 순으로 나왔다. 이는 현행 노동 제도가 기업의 전략적 대응과 인력 운용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정부가 중점 육성해야 할 미래 산업(복수 응답, 최대 3개)으로는 인공지능(AI·86%)이 압도적 1위였으며, △로봇·자동화(56%)△반도체(42%) △전기차·수소차(32%) △2차전지(28%) 등이 꼽혔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와 외교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 마련도 촉구했다. 수출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선 과제(복수 응답)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대응 전략 및 핵심 품목 자립화(80%)가 최다 응답을 얻었다. △미중 갈등 등 무역 분쟁 대응(78%) △글로벌 경기침체 대응(66%) 등이 뒤를 이었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56%가 ‘친기업 정책’을 지지했다. ‘균형 잡힌 정책’도 42%가 희망했다. 산업 생태계 정상화를 바라는 기업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설문에 참여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정부와 정책 운영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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