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美관세 등 대외여건 급격히 악화"…5개월째 '경기 하방' 언급

KDI '경제동향 5월호'
"글로벌경기 둔화…수출 중심 경기 하방압력 확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개월 연속 한국 경제에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도 둔화한 영향이다.

KDI는 12일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건설업 부진이 장기간 지속하며 생산과 내수 증가세가 낮은 수준에 머무른 데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통상 여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일평균 수출이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DI의 '경기 하방 위험' 언급은 올해 1월호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3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올해 대통령 탄핵, 6·3 조기대선 확정까지 극심한 정국 불안과 미 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소비·투자심리 위축, 수출 악화를 야기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KDI는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부진이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고 봤다.

최근 생산은 광공업이 개선됐음에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통상 여건 악화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점증하고 있다.

3월 전산업생산(1.3%)이 전월(1.2%)과 유사한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광공업생산(7.1→5.3%)이 반도체(12.3→26.8%), 전자부품(0.3→8.5%) 등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건설업생산(-20.2→14.7%)의 부진이 지속했다. 서비스업생산(1.2→0.7%), 정보통신업(1.7→0.2%), 금융·보험업(3.2→1.0%) 등도 증가폭이 줄었다.

소비 회복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7.3% 감소한 승용차가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1~2월(10.1%)에 이어 3월에도 10.0%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소매판매가 증가(1.5%)하는 등 상품소비 부진이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서비스소비는 숙박·음식점업(-3.7%), 교육서비스업(-1.3%),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0.7%) 등 소비와 밀접한 주요 서비스업생산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93.8)는 전월(93.4%)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양호한 흐름이나 통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면서 설비투자 하방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3월 설비투자(8.0→14.1%)는 기계류(8.3→16.0%), 반도체제조용장비(11.7→68.2%) 등 반도체 관련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단 한국은행 제조업 설비투자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장기평균(95)을 밑도는 수준(90)을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 KDI는 "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3월 건설기성(-20.2→-14.7%)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고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2.7%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일평균 수출도 대미수출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이 수출에 반영되는 흐름이다.

4월 수출(3.7%)은 소폭 증가했지만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5.3%)보다 낮은 0.6% 감소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의 수출은 1.9% 증가한 반면, 대미 수출(-10.6%)은 대폭 감소했다. 특히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대미 자동차(-20.7%)·철강(-11.6%) 수출은 여타 국가로의 수출(자동차 15.0%·철강 -0.1%)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KDI의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 전망을 대폭 내리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도 올해 2%대 후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미국의 경우 종전(1월·2.7%)에서 1.8%, 중국은 4.6%에서 4.0%, 세계 경제 성장률은 3.3%에서 2.8%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KDI는 "세계 경제는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 경제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전망"이라며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요 금융시장 지표도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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