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증권·은행지수, 1개월간 상승률 1위·5위

증권주와 은행주가 반등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실적 개선과 정책 수혜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지수는 최근 한 달(4월 9일~5월 9일) 동안 26.85% 상승하며 전체 KRX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RX은행지수는 17.24% 오르며 수익률 상위 5위에 올랐다.
개별 종목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미래에셋증권은 주가가 8500원에서 1만1880원으로 40% 급등하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신영증권(34%), 키움증권(30%), 한국금융지주(29%), NH투자증권(26%) 등도 일제히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0.4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주 랠리에는 실적 개선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세전이익 3461억 원, 당기순이익 258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50%, 53.1% 증가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추정치) 6%를 넘는 수준이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는 8.5%로 집계됐고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1196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브로커리지와 자기자본투자(PI) 포지션 밸류에이션 상승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중장기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가 맞물리며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테일 부문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오랜 기간 부진했던 해외 사업의 반등이 가시화됐다”며 “기투자자산 가치 회복도 예상보다 빨라 주가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앞서 키움증권(2353억 원)과 NH투자증권(2082억 원)도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각각 7.7%와 6.6% 웃돌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증권주는 수출입 비중이 작아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전지대로 부각되고 있다”며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주도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KB금융(30.50%)을 비롯해 신한지주(15.62%), 하나금융지주(18.15%), 우리금융지주(14.20%), 기업은행(11.40%), 카카오뱅크(10.46%)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연초부터 3월까지 KRX은행지수 수익률이 1.80%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주도 안정적 실적이 부각하며 주가에 청신호가 켜졌다. 4대 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4조92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다. 특히 KB·신한·하나금융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냈다.
은행주 상승을 견인한 주체는 외국인이다. 국내 시장에서 은행주는 외국인 보유율이 높은 종목으로 분류돼 이들의 수급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KB금융(1229억 원), 기업은행(334억 원), 카카오뱅크(258억 원), iM금융지주(207억 원) 등에 걸쳐 투자를 늘려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상승은 1분기 호실적 시현과 보통주자본(CET 1) 비율 추가 상승,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시장 흐름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증권·은행주를 향한 긍정적 전망에는 정부 정책 수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고, 연내 종합투자계좌(IM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수익구조 다변화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은행주는 주주환원 흐름을 주요 상승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은행주는 미국 상호 관세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난 업종으로 꼽히지만, 관세 충격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고용 축소가 가계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이에 은행주가 주주환원을 늘려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재우·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은행들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도 중요하지만, 주주환원율 제고를 통한 내재자기자본비용(Implied COE)의 하향 안정화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시 거래대금 회복도 증권사 수익 확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초 대비 반등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8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8조7000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1분기에도 1월(9조6178억 원) 2월(12조2194억 원) 3월(10조6873억 원) 등 회복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