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트럼프 미국의 통상협상은 거칠고 직설적이다. 때로는 강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협상전술을 구사한다. 그러나 협상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조차도 협상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도 여러 협상 상대국과 다양한 협상 어젠다를 놓고 복잡다기한 전략을 구사한다. 물론 미국은 우리에게 특별한 협상 상대국이기에 더욱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불편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 역시 미국에 중요한 협상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상협상에서는 정작 협상테이블에 마주하는 상대국 협상파트너보다 국내 이해관계 내지 국가이익 추구를 위한 대내 협상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잘된 협상이더라도 자국에서는 잘못된 협상이라고 얼마든지 얘기될 수 있는 것이 통상협상 결과이다. 반대로 오늘 현재 협상결과가 미흡해 보여도, 내일 미래 협상효과가 국가이익에 상대적으로 더 부합하는 사례도 다반사이다. 무엇보다 쌍무 통상협상에서는 이러한 국내적인 파급효과와 기대이익, 손실 등이 협상테이블에서 매우 빈번하게 거론된다. 때에 따라 협상 상대방이 이를 활용 내지 심지어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모두가 국가이익을 위해 최선의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한 협상 과정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간의 통상협상 과정은 경험과 훈련을 거친 협상팀에게 충분한 협상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협상전략이나 여러 협상대안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와 협의 절차를 거치는 국내적 컨센서스 형성이 긴요하게 된다. 국가 간 통상협상은 한 번만 하고 끝내는 단발성 게임(One-shot game)이 아니다. 국가가 존립하는 한 계속 만나야 하는 협상파트너이기 때문에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너무 조급해하거나 위축될 필요가 없다. 특히 과거 미국과의 통상협상 경험과 앞으로 계속될 미래 통상협상 파트너십을 감안한다면, 이번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협상에도 차분하고 슬기롭게 임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도 정치적인 변화와 협상시스템 개편 가능성 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협상상대방에 대한 전략과 대안을 폭넓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거의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트럼프 통상협상 과정을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미국 협상창구인 무역대표부(USTR)의 요구는 한국과의 절대적인 상품무역 불균형을 보정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미국에 대한 서비스무역의 구조적 흑자와 우리의 대규모 대미 투자 진출 및 일자리 창출을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 한국이 미국과의 상품교역에서 흑자를 본 것을 상품 분야에 한정하여 시정해 달라는 요구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협상테이블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다각적인 협상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 이슈는 양국 통상협상 과정에 아킬레스건으로 끈질기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이번 트럼프 미국의 통상협상도 이러한 큰 흐름에서 우리가 가진 협상카드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국과의 통상협상 경험과 로스쿨에서의 교육을 바탕으로 학교 강의를 할 때마다 항상 마지막에 이 말을 전한다. “Everything is Negotiable.”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다는 말이다. 달리 보면 통상협상 특히 다자협상이 아닌 쌍무협상의 경우, 모든 이슈가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에게 효과적인 협상 논의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것도 매우 훌륭한 협상교섭력(Bargaining power)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협상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의 통상협상은 우리를 비롯한 협상상대방에게 어쩌면 이 점을 매우 영리하게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역시도 이러한 협상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Everything is Negotiable’, 이제는 모든 것을 협상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