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환율 협상 관련 “美, 진짜 원하는 거 잘 모르겠다”
“최 전 경제부총리 사퇴 말릴 시간도 없이 결정된 것”

6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장단점 다 있기 때문에 변동성 대응이 중요하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미국이 개별 국가를 상대로 환율 얘기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미중 간에 협상 타결이 성사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기대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환율 협상과 관련해선 “미국이 진짜 원하는 게 강달러냐 약달러냐 그걸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원화 가치 절상에 합의할 경우 정책 수단을 두고는 “환율은 우리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장기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툴(수단)을 얘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대선 직전인 다음달 29일에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선거를 고려하지 말고,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자고 금통위원들과 얘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와 경제사령탑 공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최 전 부총리 사퇴는 말릴 시간도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왜 말리지 않았냐고 굳이 묻는다면 탄핵 후 직무정지와 사퇴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었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외 불확실성만큼이나 대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양쪽 다 대응하다 보니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치 불확실성이 위기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경제가 가라앉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걸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2차 추가경정예산에는 “성장률이 낮아진 것을 전부 다 추경으로 메꾸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환자가 힘들어한다고 내일, 모레 생각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를 부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