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효과 나타나려면 달러당 1천원 밑돌아야
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원화 강세)해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자 증시 일각에선 환율하락 수혜주에 대한 선취매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환율 하락 수혜주들에 대한 공격적인 매수는 다소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3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7원이 하락한 1223.3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4일 기록한 120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이어가는 것도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 속도가 다소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이제 완만해 질 것이다”고 전했다.
이효근 연구원은 “상반기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개선이 가팔랐지만 향후 경상수지 개선 폭이 감소할 것이고 유가 또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1200원대 아래로의 급격한 하락은 힘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근 무역수지 통계를 보더라도 증가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고 정부 또한 환율 하락을 달가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의 방향성은 맞지만 변동성은 현저히 줄어들면서 1200원선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와 경기 지표의 개선으로 최근 환율하락 속도가 가파른 것은 맞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다”고 전했다.
곽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의 경우 환차익도 상당히 많이 거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달러화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수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렇다고 환율이 급격히 밀리기 힘들다며 실질적으로 원화강세 수혜주들이 시장에 두각을 나타나려면 1000원선이 붕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기업들의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들 가망성이 있지만 최근 신흥 국가들의 경우 경기가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고, 선진국 역시 바닥을 찍고 턴을 하고 있어 지나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 연구원은 현 수준에서의 환율이 유지되고 1200원선이 급격히 붕괴되지 않는다면 기존 주도주(IT, 자동차, 금융주)들이 당분간 시장을 이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환율 하락을 원치 않는 정부 역시 적정 수준에서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편, 금일 원ㆍ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갱신하면서 키코관련주들이 일부 강세를 띄고 있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박세원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으로 과거 통화파생상품(키코)으로 과도한 손실을 입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상반기 통화파생상품 손실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호전을 이룬 기업들로 압축할 필요가 있으며,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양날의 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즉, 단순히 환율 하락으로 손실이 줄어들 것이란 막연한 기대보다 실적 개선 추이를 동시에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