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중국發 훈풍 덕", 정유 "정제마진 악화"
올 2분기에 기업들이 '깜짝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와 정유업계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LG화학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중국발 수요 증가로 당초 예상과 달리 호황을 누렸던 반면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제일모직, 한화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업체들은 올 2분기에도 1분기에 이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0% 이상의 영업이익률 달성과 함께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하거나 평상시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특히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6%를 넘어섰으며, 석유화학부문은 18.4%를 기록했다.제일모직도 올 2분기 매출액 1조866억원, 영업이익 8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8%, 18.4% 각각 증가했다.
한화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이 올 2분기 실적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석유화학업체들이 선방한 이유는 '중국발(發) 특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부터 화학제품 수요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중국이라는 '블랙홀'이 인접한 것이 매출과 수익성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영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에서는 중국까지 납품기간이 4주 걸리지만 국내 업체들은 일주일 내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며 "중국의 상반기 에틸렌 수요가 전년 대비 70% 늘었는데 그중 상당량을 국내업체들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율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화학업체들이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제품 품질보다는 환율효과에서 오는 가격경쟁력이 호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유업체들은 인도 릴라이언스 등의 석유제품공급에 따른 국제시장의 수급 악화로 정제마진이 줄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7% 급감한 1776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액은 8조9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이 421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94%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4조766억66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6% 줄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모두 석유화학부문에서는 수요 증가로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지만, 석유제품(정유)의 실적 악화가 커,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석유제품가격 상승률이 국제유가 상승률에 못 미치면서 정제마진이 급격히 악화돼 영업손실이 컸다"면서 "아울러 지난해에 비해 낮은 국제유가도 인해 매출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에도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의 경우 하반기에도 중국·인도 등의 정유설비 신·증설로 정제마진 악화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발 특수가 다소 주춤하겠지만 전반적인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경우 하반기에도 중국·인도 등의 정유설비 신·증설에 따른 수급 및 정제마진 악화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중동 지역의 생산설비 신.증설 계획이 전문인력 부족, 공사 지연,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일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중국의 수요 호조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견조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