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미국ㆍEUㆍ인도 FTA 발효 '낙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 절차를 추진중인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EU)와의 FTA 협상이 타결되고 인도와의 협정도 오는 7일 서명할 예정이어서 거대경제권과의 FTA 전략이 조만간 열매를 맺을 전망이다.
3일 외교통상부와 관련 경제부처에 따르면, 최근 EU와 인도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 협상이 잇따라 큰 진전을 보이면서 정부가 거대경제권과의 FTA 체결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칠레와 싱가포르, EFTA 등 거대시장의 교두보 성격인 국가와 체결을 우선 추진해 왔던 것과는 달리 세계 주요 거대경제권과 직접 무역협정을 맺게 되는 것이어서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교두보 전략' 수정..'거대경제권 잡자'
우리나라와 인도는 지난 2월 가서명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대해 양국이 내달 7일 최종 서명할 예정이다.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은 상품교역과 서비스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채택된 용어로서 실질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성격이다.
이에 앞서 한-EU FTA도 지난달 협상을 끝내고 현재 법적 검토를 통해 가서명 절차를 밟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서명 절차를 완료하고 국회 비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가 인도 및 EU와의 FTA 체결에 이처럼 속도를 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07년 6월 협정에 서명한 이후 국회 비준을 놓고 2년이 넘게 지지부진한 한-미 FTA와는 달리 EU나 인도와의 FTA는 국내외 반대여론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즉 다른 거대경제권과의 협정에 가시적인 결과를 냄으로써 지지부진한 미국 국회의 비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동안 칠레나 싱가포르, EFTA처럼 대륙의 교두보적인 국가와 FTA를 우선 추진해 왔다면, 이제는 세계 주요 경제권과의 FTA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됐다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EU 및 인도와의 협정에 속도를 내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한-미 FTA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서는 등 의회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미 행정부가 FTA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FTA 비준을 위해 사전적인 조치라는 게 외교부측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EU 및 인도와의 FTA가 이르면 내년 중에는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는 해당국과의 교류증진은 물론 현재 협상중인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대륙의 교두보적인 국가와 협상을 우선 추진해 온 게 사실이나 앞으로는 경제규모를 막론하고 협상조건이 맞는다는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FTA 체결국 무역비중 급증 전망
우리나라는 현재 칠레와 싱가포르, EFTA, ASEAN 등 15개국(4건)과 FTA 체결을 완료하고, 미국, 인도, EU와 협상을 타결했으며, 캐나다와 호주, 멕시코 등 11개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교역액 중 FTA 특혜무역비중은 12.1%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나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의 FTA 특혜무역비중은 35.3%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1995년 3.3% 수준에서 2001년 3.1%, 2007년 2.4% 수준으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여서 미국과의 FTA는 그 무엇보다 절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U도 선진국은 물론 헝가리와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의 신흥경제국까지 다양한 시장이 함께 공존하고 있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역시 현재 양국간의 교역량과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향후 인도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성을 감안할 때 FTA 체결로 인한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세계 경제규모의 30.2%와 23.4%를 차지하는 EU 및 미국과의 FTA가 발효될 경우 수출증가는 물론 국가경쟁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품 수출을 비롯한 교역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FTA 확대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협상을 타결한 미국, EU, 인도와의 협상 비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더불어 중국과 일본, 호주, 멕시코 등 거대경제권과의 협상 타결에도 더욱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