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고급 양주를 파는 바에 간 장면에서 종종 나오는 대사입니다. 술집이 아니더라도 자주 먹던 익숙한 그 맛을 느끼기 위해 자주 방문했던 단골집을 찾는 손님들이 많죠. 심지어 어떤 손님들은 맛이 좀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다시는 찾지 않기도 합니다.
게임업계에도 이처럼 늘 먹던 맛을 큰 변화 없이 내오던 회사가 있는데요. 바로 ‘유비소프트’죠. 이번에도 자사의 대표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를 익숙한 게임성을 탑재해 출시했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내면서도 그동안 어쌔신 하면 떠오르는 닌자의 고향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의 개발을 발표하며 일본 배경임을 확정하자 “드디어 나온다”며 기대감 드러낸 게이머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적 올바름(PC) 토핑 맛을 살짝 강하게 추가했는데요. 이것이 적지 않은 게이머들에게는 단골집의 배신으로까지 여겨지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면 시리즈의 15번째 작품인 ‘어쌔신 크리드: 새도우스’의 장단점과 호불호 요소는 무엇일까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유비소프트의 장수 게임 지식재산권(IP)으로 상당한 팬층을 보유했어요. 도시와 자연을 합친 배경을 돌아다니면서 높은 곳에 올라가 지도를 밝히고, 지도에 나타나는 임무를 해결하고, 파쿠르 플레이가 첨가된 2010년대 오픈 월드 게임의 표준을 제시한 시리즈이기도 하죠.
이 시리즈는 이른바 ‘유비식 오픈 월드’, ‘배경만 바꾸는 자가복제식 게임’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데도 17년간 14개의 작품을 선보여 총 판매량이 2억 장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사랑받아왔어요.
섀도우즈 역시 이러한 검증된 게임성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주인공을 2명으로 늘리는 변화를 줬죠. 여성 주인공인 나오에는 시리즈 팬들이 익숙하게 플레이했던 파쿠르, 잠입, 암살플레이에 특화된 캐릭터에요.
이전 어쌔신들과 다른 점이라면 ‘갈고리줄’이라는 아이템이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파쿠르 액션을 손과 발로만 보여줬다면, 나오에는 갈고리줄을 활용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죠. 적 기습 시에도 이를 활용해 높은 곳에서 암살을 시도하는 방법으로 플레이하기 쉬워졌어요.
반면 남성 캐릭터인 야스케는 어쌔신이 아닌 사무라이입니다. 기습, 잠입 플레이에는 효과적이지 않지만, 힘을 이용한 전투로 기존작품들과는 다른 액션을 보여주죠.
게이머가 기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방식의 플레이를 원한다면 나오에를, 새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아스케를 선택하면 되고, 게임 중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호평 요소 중 하나는 게임의 배경을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둬서 잘 표현해 놓았다는 건데요. 고대 그리스 배경이었던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처럼 섀도우스 역시 배경인 전국시대 일본을 잘 표현해놨습니다. 게임 스토리와 별개로 한 번 올라가면 빠른 이동이 가능한 각 지역 전망대의 스팟에서 경치를 구경하면 당대 일본을 여행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죠.
게임성과는 관련이 없지만, 섀도우즈의 또 다른 장점은 최적화가 잘 되었다는 점입니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2’, ‘문명7’, ‘몬스터헌터: 와일즈’ 등 최근 발매됐던 대작 게임들 상당수가 게임 재미와는 별개로 최적화 문제로 게이머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어요. 섀도우즈는 출시 초반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최적화가 잘 되었다는 게 게이머들의 평가입니다.
게임 정식 개발을 발표한 초기엔 이 작품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상당했어요.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흑인 사무라이 설정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PC 논란에 휩싸였고, 게이머들에게 비판받았는데요. 게임계가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에 과도한 PC를 넣는 것에 대해 게이머들의 불호가 상당한 상황에서 유비소프트 역시 억지로 흑인을 내세웠다는 거죠.
개발진의 노골적인 동양인 패싱이라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전작들은 시대 배경에 맞는 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첫 동양 배경 게임에 흑인을 넣는 것은 아시아인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 연장 선상에서 게임 플레이 중 신사의 제단을 파괴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일본 내에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 역시 이것은 일본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본 내에서의 사전 판매량이 전작들 대비 굉장히 저조하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어요.
전작과 비슷한 게임성은 문제가 아니지만, 시리즈 내내 불호 요소로 지적되어온 자가복제식 사이드 퀘스트 무한 반복은 섀도우스에서도 성공적으로 보완되지 못했습니다. 지역을 옮길 때마다 새롭게 추가되는 퀘스트들은 적과 NPC의 이름·외형만 바뀌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인 퀘스트 숫자가 많았어요.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용도 외에는 존재 이유가 없다는 평가죠.
스토리 라인도 큰 흥미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과거와 현대 파트를 넘나들며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아직 출시 초반이긴 하지만 이번 작에서도 세계관 확장 외에 메인 스토리가 크게 흥미롭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