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규모 클수록 기업가치 상승…현금성자산, 주주보호 높을 때만 긍정적”
“반도체 등 IT업종, 주주환원보다 자본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 더 커”
“금융업 등 자본적지출 필요성 적은 산업, 주주환원과 기업가치가 유의한 관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주식시장팀은 17일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구분해 실증분석한 결과 반도체와 같은 IT 부문의 경우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자본적지출(설비투자, 연구개발 투자)이 필요한 고성장 산업에서는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는 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유인을 제고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투자지출을 제약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G20 회원국 중 16개국(3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환원과 기업가치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국내 기업은 128개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은 27.2%로 조사 대상국 중에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137.4%)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대비 주주환원 규모도 0.2배로 튀르키예·아르헨티나(0.1배) 다음으로 저조했다. 연구팀은 “주주환원 방식도 배당금 지급에 편중된 모습으로 주요 선진국(캐나다, 미국, 영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적극 실시하는 것과 대조됐다”고 설명했다.
자금활용 측면을 보면 국내 기업들은 자본적지출 규모가 커 현금성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 대비 자본적지출 비중은 0.9로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연구팀은 주주환원 규모가 클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지며, 주주보호 수준이 충분히 높은 기업에게만 현금성자산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주보호 취약 기업에서 주주환원을 확대했을 때 기업가치 상승효과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연구팀은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고성장 산업에서는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김선임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전 금융시장국 주식시장팀)은 “반도체와 같은 IT 부문의 경우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는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자본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더 크기 때문으로 판단한다”며 “반면 금융업 등 자본적지출의 필요성이 적은 산업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가 유의하게 양의 관계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보호수준이 주주환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맞고, 주주환원도 기업가치에 플러스 영향을 미치는게 맞다”며 “다만 산업별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업종에서는 주주환원도 중요하지만 자본적 지출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본질적으로 작용하는 산업들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적 지출은 주주보호 수준에 관계 없이 전체 분석에 걸쳐서 기업에 플러스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본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것은 활발한 투자를 통한 성장 정책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