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2조 적자에도 주가 급등한 이유는

입력 2025-01-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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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계동 사옥.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이 23년 만에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오히려 주식시장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현대건설이 과거의 부실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규모 미수금 채권을 일시 상각한 현대건설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50원(4.39%) 오른 2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건설이 전일(22일) 공시한 2024년 연간 연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1조2209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7854억3000만 원)보다 2조63억 원 감소한 수치다. 현대건설이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이다. 4분기 손실은 1조1310억 원, 연간 순손실은 7364억 원으로 역시 적자로 전환했다.

대규모 적자의 원인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프로젝트 때문이다. 2019~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연이어 수주한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화근이 됐다. 계약금만 약 4조2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에 그림자가 닥치면서 미청구공사채권 등이 대규모로 누적됐다. 이번에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기존 부실을 일시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 잠재 부실 처리)를 단행했다.

대규모 적자에도 주가는 실적과 반대로 반응했다. 실적이 최악을 기록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2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434억 원, 117억 원 순매수하며 이틀 연속 쌍끌이 매수했다. 시장이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 주가가 올랐고,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모두 재평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이 2024년 4분기 잠재손실을 선반영하면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됐다고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12.5% 올려잡았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프로젝트 수 축소, 저수익 공사 준공 임박, 수주 경쟁 강도 완화로 과거 대비 실적 가이던스 신뢰도는 높다”라면서 “올해 1분기 실적 확인 후 주가 상승 추세가 안정화될 것이며 특히 우발채무 급감만으로도 투자할 이유는 충분하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모두 상향했다. △현대차증권(3만5000원→3만8000원) △NH투자증권(3만7000원→4만 원) △iM증권(4만 원→4만2000원) 등도 모두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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