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소방안전체험교실 ‘삐뽀데이’
화재, CPR, 지진 등 재난 상황 대응 훈련
아이들의 급박한 목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채운다. 심폐소생술(CPR) 훈련용 더미 앞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더미의 호흡을 확인한 뒤 주변을 둘러보고는 사람을 특정해 119 신고를 요청한다. 이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힘껏 가슴을 압박한다. 앞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서는 각 더미에 아이들이 가하는 CPR 강도가 적당한지 확인할 수 있다. 약 1분간 CPR을 마친 한 아이는 가쁜 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재난안전체험장에서는 겨울방학 맞이 소방안전체험교실 ‘삐뽀데이’가 열렸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재난안전체험장은 △CPR 체험 △화재 대피 체험 △화재 진압 체험 △지진 체험 △태풍 체험 △엘리베이터 고립 사고 체험 등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날 체험은 구로구가 이달 운영 중인 겨울방학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구로구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6개 동 자치회관별로 특색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소방안전체험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구로5동), 양떼 목장 체험(오류1동), 컬링(고척2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다.
구로구 관내 초등학생 15명은 이날 재난안전체험장에서 소방, CPR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CPR 훈련 뒤쪽에 마련된 화재 대피 체험에서는 유독 가스가 발생하는 화재 상황 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강사가 문을 열고 대피 체험을 시작하자 닫혀 있던 문 앞에서는 훈련용 가스가 새어 나왔다. 아이들은 옷가지 등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춰 줄지어 대피 훈련을 진행했다.
교육을 진행한 강사는 “재난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당황할 수 있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으로 교육‧훈련을 해둬야 재난상황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위한 일상적인 재난안전체험 교육인 만큼 소화기 사용법과 같은 기본적인 재난 대응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단순히 소화기 사용법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훈련용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고, 화면을 향해 물을 분사하며 게임 형태로 소화기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교육과 달랐다. 아이들도 직접 “불이야”를 외친 뒤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는 과정에 더욱 집중력과 흥미를 가지고 임하기도 했다.
재난안전체험장의 훈련 코스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 고립 사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었다. 체험 상황에서는 엘리베이터 내부에 들어가 문을 닫은 채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통신 장비 사용법, 고립 상황 시 해야 하는 행동 등의 교육이 이뤄졌다.
이밖에 지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지진 규모(3, 5, 7)마다 다른 강도를 직접 체험하고, 흔들림이 발생했을 경우 머리를 보호하고 탁자 밑으로 숨는 등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도 진행됐다.
체험에 참여한 한 아이는 “여러 가지 재난 체험을 해서 좋았다”며 “심폐소생술은 조금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뜻깊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구로구가 운영 중인 겨울방학 프로그램은 동별로 접수 기간, 운영 내용 등이 다르므로 자세한 사항은 각 동주민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구로구 관계자는 “각 동에서 마련한 겨울방학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체험이 진행된 재난안전체험장은 지난달 문을 연 구로창의문화예술센터 1층에 위치해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된 센터는 △재난안전체험장 △구로학습지원센터 2관(창의융합교육장) △공연장 등으로 구성돼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문화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