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이제 전 세계의 이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미국 우선주의’ 기반의 각종 정책 중 어떤 것부터, 어느 강도로 실행할지에 쏠려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할 행정명령과 관련 조치가 100건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중에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보편관세 관련 조치다. ‘관세 카드를 필두로 한 관세 장벽’의 현실화는 그가 끊임없이 강조했던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해 11월 25일에는 취임 당일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중국에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관세와 수입세 등을 징수할 ‘대외수입청’ 신설 방침까지 밝혔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 주력산업의 타격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다. 기업들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나름대로 맷집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은 최근 몇 년간 계속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소기업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한 284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8.0%의 증가율을 보인 미국 수출이 크게 이바지했다.
현재 9만5000개 수출 중소기업 중 약 24%인 2만2000개가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이다.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에 중국을 2위로 밀어내고, 중소기업 수출 1위 대상국이 됐다.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대해 10~20%의 관세를 적용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9.3~13.1%가 줄어들 것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이보다 높은 12.6~21.6% 감소를 예상했다. 많게는 65%까지 중소기업이 받는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소기업의 직접 수출감소뿐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반 제조나 소비재 분야뿐 아니라 중국 기업이 지분을 보유했거나, 협업 관계에 있는 게임업체들의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 여파가 우리가 단순 생각하는 범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 공세로 국내는 물론 미국 이외 시장에서의 타격도 우려된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덤핑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철강업계의 어려움도 똑같은 프로세스로 발생했다.
물론 방산, 조선, 바이오, 화학 산업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업종에 대한 전망도 있다. 그러나 수혜보다는 위기라는 상황 진단이 더 현실적이다.
이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노미 상태인 정부는 물론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았다는 인사 중 누구도 우리 경제나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는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현재 국내 상황이 책임지고 무언가를 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에 대응하는 일은 지금,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할 것이 없으면 그 흔한 협의체라도 하나 만들자.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작은 도움 하나도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