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비야디)가 16일 인천 상상플랫폼에서 ‘아토3’ 출시를 발표했다.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이고, 아토3는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 대 넘게 팔린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중국산 공습의 새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산은 더는 싸구려에 그치지 않는다. 볼보 지분 80%를 보유한 지리자동차는 영국 로터스를 인수, 고급차 시장을 집어삼키는 고래 행세를 하고 있다. BYD 또한 강력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대항할 유일한 라이벌은 왕촨푸(BYD 창업자)”라고 했다.
중국산 로봇 청소기는 이미 국내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했다. 점유율이 45% 안팎이다. 전기버스는 한술 더 뜬다. 중국산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제 전기차 시장 차례인 셈이니 예삿일이 아니다. 아토3만 신경 쓸 계제도 아니다. ‘중국판 테슬라’라는 샤오펑도 국내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근래 철강 산업 등에서 큰 피해를 낳은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길이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강국 독일도 요즘 죽을 맛이다. 폭스바겐마저 테슬라, BYD의 전기차 협공에 시달리며 악전고투하고 있다. 일본도 2·3위 자동차기업인 혼다와 닛산이 전격 통합을 통해 살아남을 길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그나마 관세 장벽을 높일 힘이라도 있다.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해 지난해 100%로 관세를 올렸고, EU는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관세 카드를 내미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만의 출구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참가자들이 피부로 확인한 ‘불편한 진실’이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버텨내려면 한국은 더 절박하게 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첨단 경쟁에서 밀려난 줄 알았던 일본만 해도 전시회에서 인공지능(AI) 시티를 소개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중국은 한국보다 30% 많은 1339개 기업이 참여해 물량 공세까지 폈다.
중국은 5~6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매년 5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수지 흑자를 안겨주던 나라였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가공해 재수출하는 분업 구조 덕분이었다. 중국이 중간재를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이젠 옛일이 됐다. 한국은 2023년 18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냈다.
‘아토3’ 출시가 시사하듯 중국은 첨단·제조 분야에서도 한국을 넘보는 기술 경쟁국으로 변했다.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불안에 떨 일만은 아니다. 얼마든지 제2의 국가적 도약을 촉발하는 긍정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국의 도전을 직시하면서 자원 배분과 규제 완화에 힘쓰고 기업은 혁신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계의 협력도 중요하다. 도전과 응전이 역사를 만드는 법이다. 중국산 공습은 외려 우리 국가·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보약이 될 수 있다. ‘애국 소비’ 따위는 답이 아니다. ‘경쟁력 강화’라는 옳은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