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작품감상 통해 성찰과 영감 얻어가
전통·풍경 담은 한국화 전시 마련
정신 재충전에 내면의 평화 느껴
올해 설날은 1월 29일로, 연휴 및 임시공휴일과 징검다리 평일 하루를 포함해서 최대 9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과 가족,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중요한 명절인 설날을 맞아 미술관·박물관에서는 특별전시로 관람객을 맞는다.
전통과 풍경을 담은 한국화 중에서, 특히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작품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한 작품으로 설날의 고즈넉한 풍경과 잘 어울린다.
진경산수화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우리나라 산천을 소재로 그린 화풍으로서 고려시대와 조선 중기까지의 실경산수화 전통을 토대로 발전하였다. 특히 산, 강, 나무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문인 사대부들의 명승 유람 풍조의 성행에 힘입어 정선 등이 18세기에 새롭게 유행하기 시작한 남종화법을 특유의 필법으로 대담하게 재구성하여 한국적인 화풍을 새롭게 표현한 것이다.
특히 정선은 단순한 실물재현이 아니라 회화적 재구성을 통해서 경관에서 받은 감흥과 정취를 작가적 관점에서 결합시켜 구현해냈다는 데 그만의 특색이 있다. 또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할하고, 각기 다른 구도와 원근법의 균형을 맞추어 그림을 구성했다.
그 당시 주류로 받아들여졌던 전통적인 중국식 산수화에서 벗어나 한국의 자연을 중심으로 발전한 진경산수화는 한국의 산수화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후 많은 화가들이 그의 스타일을 따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듯 겸재 정선은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인황제색도’와 ‘금강전도’가 있는데 그의 그림과 삶은 겸재정선미술관과 간송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단원 김홍도(1745~1806)의 풍속화도 조선시대 설 풍속, 가족, 잔치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새해 분위기를 잘 살린다.
김홍도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화가로, 일상적인 삶과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풍속화가로 유명하다. 특히 당시 서민 생활상을 시대적 현실감이 돋보이게 표현한 것이 특징인데, 이런 작품들은 단순한 미술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사회와 문화에 대한 중요한 기록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의복, 취미, 직업, 놀이, 축제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 모습을 통해 우리는 서민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놀이와 일상생활을 영위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작품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나 서민들의 삶을 묘사하면서도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인간미 넘치게 표현했다. 때로는 풍자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작품속에 담아 사회의 부조리나 모순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김홍도는 색채와 구도, 구체적인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작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삶의 질감을 잘 표현했다.
이렇듯 김홍도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기록물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또한 삶 속에서 유머와 풍자, 인간적인 따뜻함을 드러내어 그 당시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이는 당시 시대 묘사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상류층 문화를 주제로 하는 회화 작품들이 많았던 시대적 분위기에 반해 그는 서민의 세계를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그들의 일상적 삶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고려대학교박물관과 리움미술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새해답게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작품으로는 신사임당(1504~1551)의 초충도(草蟲圖) 같은 작품을 손꼽는다. 이들 작품은 자연 속의 작은 생명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새해의 퐁요를 기원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은 조선 중기 대표적인 여성학자이자 화가로, 세밀한 자연 그림을 자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이(李珥)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의 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세밀한 관찰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산수화나 동식물을 그린 당시의 화풍과는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한다.
초충도는 신사임당의 대표적 작품으로 작은 식물과 곤충을 주제로 한다. 그녀는 자연의 요소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자연의 미세한 부분을 그린 예술적 접근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속의 작은 생명들을 생동감있게 그린 특징이 있다.
주제들이 단순한 미적 표현의 대상이 아니라 곤충이나 식물의 형태를 정확히 관찰하고, 그들의 움직임과 생리적 특성을 반영한 묘사를 통해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묘사는 신사임당이 자연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찾으려는 마음을 담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밀화 기법을 주로 사용한 화가는 농담과 채색의 기법을 사용하여 사실감을 극대화하는데 자연주의적인 미술을 강조한다. 특히 당시 사회에서 여성이 예술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드물었기 때문에 신사임당의 예술적 성취는 여성의 예술적 역할을 새롭게 정의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예술적 업적은 단순히 여성화가로서의 성공을 넘어서, 시와 서체 및 자수에도 능했던 한 여성의 지적, 문화적 기여를 널리 인정받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자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병풍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예술가의 삶과 작품 속 이야기를 배우는 공간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을 하는 시기인 이번 설연휴에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깊은 성찰과 영감을 얻고, 정신적으로 재충전하고, 내면의 평화를 얻어가길 바란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