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소수주주권 제한”
vs ESG평가원ㆍ글래스루이스
“장기 지속 성장에 바람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 주주총회(23일)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자문사의 견해가 투자자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신경전도 한층 격화되는 분위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은 전일 기관투자자들에게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내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ESG기준원은 “최대주주와 이에 버금가는 2대 주주에 소유구조가 집중된 경우, 오히려 소수주주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의 도입 취지 및 목적과 고려아연 지분구조에 따른 집중투표제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당 조항 변경의 필요성 및 타당성이 현시점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이번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ISS는 집중투표제가 일반적으로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이 추구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변화와 영향력을 희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글래스루이스도 임시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안에 모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그동안 고려아연의 재무ㆍ경영 성과는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ESG평가원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포함한 고려아연 측의 모든 안건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ESG평가원은 “미래 성장 전략이 뚜렷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며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 성장과 주주 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23일 열리는 고려아연의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로 이사회 구성원을 선임할지 결정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활용된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할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이 커진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를 다수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 분쟁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두고 공방전이 거세지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썬 국민연금의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이 중요하다”며 “경영권 분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는 데 신중히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