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
한 총리 측 “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의무가 아니다” 취지 답변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재판 절차를 개시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무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 논란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선별 임명을 두고 ‘윤 대통령 파면 찬‧반’ 양 진영 간 공방이 격해지면서 총리 탄핵 심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무총리 탄핵 정족수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문제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정당성과 직결되는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3일 진행된 탄핵 심판 제2차 변론준비 기일에 출석, 한 총리 탄핵이 무효이므로 헌법재판관 임명 역시 무효라는 입장을 개진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4시 소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준비 기일을 열었다. 앞서 헌재는 준비 절차를 담당하는 수명 재판관에 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을 지정했다.
변론준비 기일은 향후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미리 대리인들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필요한 증거와 증인 신문 계획 등을 세우는 절차다.
한 총리 측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의무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냈다. 설령 의무라고 하더라도 재판관 임명을 지체 없이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데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곧바로 가결한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총리 측은 ‘국회에서 합의를 해서 오라는 데에 잘못이 없다’ ‘임명 여부는 권한대행의 재량’이란 취지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국회가 선출한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정계선(55‧연수원 27기)‧마은혁(61‧29)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했을 때 내세운 논리와 동일하다. 당시 그는 임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내걸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야당은 탄핵소추 사유로 △‘채 해병‧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이른바 쌍 특검법에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12‧3 비상계엄 사태 적극 가담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 발표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을 꼽았다.
여야는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정족수와 관련해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야당은 한 총리 탄핵에 국무위원 탄핵소추 기준을 적용해 재적 과반(151명) 찬성을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하는 ‘국회 재적의원(300명) 가운데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총리 탄핵에 국무위원 탄핵소추 기준인 재적 과반(151명) 찬성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탄핵소추안 표결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지명 몫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했다. 다만 나머지 한 명에 대해선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임명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전광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8일 열린 헌법학자회의 토론회에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 후보자를 일부 임명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도 갖지 않는 실질적인 심사권을 행사하는 것이어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는다”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 탄핵 사건 두 번째 준비 절차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진행된다.
박일경 기자 ekpark@